개인기: 0-1로 뒤진 전반 45분. 골키퍼 이창근(부산)이 길게 찬 골킥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다. 상대 수비수 머리를 살짝 맞고 뒤로 간 공은 류승우(중앙대) 쪽으로 향했다. 공을 낚아챈 류승우는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비수를 제친 뒤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강하게 슛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보려 했지만 골문 오른쪽 상단에 정확하게 꽂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황보관이 스페인전 때 선보였던 ‘캐논 슈팅’에 버금가는 강력하고 환상적인 슛이었다.
조직력: 1-2로 뒤지던 후반 31분. 왼쪽으로 공을 몰고 돌파를 하던 심상민(중앙대)이 한성규(광운대)에게 패스했다.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있던 한성규는 곧바로 자신의 왼쪽으로 쇄도하던 심상민에게 정확하게 다시 공을 연결했다. 심상민은 달려오는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왼발로 골문 정면에 있던 김현(성남)에게 절묘하게 공을 배달했다. 김현은 골키퍼가 자리를 비운 골문을 향해 통쾌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의 짧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연상하게 했다.
개인기와 조직력 모두 뛰어났다. 한국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25일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쿠바와의 1차전에서 2-1로 이겼던 한국은 1승 1무(승점 4·골득실 +1)로 포르투갈과 승점과 골득실에서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다득점(한국 4, 포르투갈 5)에서 밀려 조 2위가 됐다. 한국은 27일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포르투갈은 2011년 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이번 포르투갈 대표팀은 1989년, 1991년 U-20 월드컵 2연패를 이끈 루이스 피구 등의 ‘황금 세대’에 버금가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오히려 한국의 세밀한 패스플레이와 빠른 돌파에 포르투갈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류승우는 동점골을 꽂고 나서 벤치 쪽으로 달려가 이광종 감독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이 결승골을 터뜨리고 나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포옹한 장면을 재연한 세리머니였다. 평소 박지성의 파워를 닮고 싶다고 말해온 류승우는 “2002년 박지성 선배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에게 안긴 것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국이 무서운 추격을 펼친 끝에 포르투갈을 따라잡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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