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팀 사정과 전날 경기에 대해 30분가량 브리핑을 한다. 전날 다저스가 21안타를 내주며 다저스타디움 역대 최다 점수 차인 1-16으로 대패한 가운데 매팅리 감독은 30일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 앞서 “류현진이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사실 클리프 리와의 선발 맞대결이기에 승산은 필라델피아에 있었다. 2008년 사이영상을 받은 리는 통산 134승을 거둔 베테랑으로 올 시즌에서도 이미 9승을 올린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그러나 경기는 다저스의 4-3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호투로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날 리와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는 7이닝 7피안타(2홈런)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리의 기록은 7이닝 4피안타(1홈런) 10탈삼진 3실점이었다. 류현진은 7회까지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불펜 난조와 수비 실책으로 다 잡았던 7승을 놓치고 말았다.
6월에 5차례 등판해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고도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야수 실책으로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투구 수, 이닝, 삼진, 제구 등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이었다. (야수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승리를 놓치게 되면 동료들이 와서 다 미안하다며 격려해준다. 연승을 할 때도 있기 때문에 괜찮다. 평균자책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웃었다.
그렇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드러났다. 왼손 투수이면서도 왼손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이날은 체이스 어틀리에게 맞은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를 모두 왼손 타자에게 내주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류현진은 “국내에서도 왼손 타자들에게 가끔 안타를 내줬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몰아서 맞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음 경기부터 보완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맞대결을 펼친 리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좋아했던 투수를 이런 무대에서 만났다는 게 뜻깊었다. 매 경기 항상 6, 7이닝 이상을 기본으로 던지는 게 좋은 것 같다. 제구 등 모든 게 다 좋았다. 오늘 경쟁하면서 뒤지지 않았다는 게 위안거리다”라고 말했다.
다저스는 3-3 동점이던 9회말 1사 1, 2루에서 포수 A J 엘리스의 끝내기 우전안타로 4-3으로 이겼다. 팀의 시즌 두 번째 끝내기 안타다. 류현진의 성적은 6승 3패를 유지했고 평균자책점만 2.85에서 2.83으로 다소 좋아졌다. 승수 사냥에는 제동이 걸려 있으나 선발투수로서의 팀 공헌도는 특급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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