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기간에 역량을 끌어올려 성과를 내야 하는 대표팀과는 스타일이 잘 안 맞는다. 지금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던 지난해 5월 본보와의 인터뷰 때 했던 얘기다.
30일 전주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경남과의 안방 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 감독은 “이곳(전주)이 우리 동네가 맞긴 맞나 보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날 경기는 대표팀 사령탑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이끌었던 최 감독이 소속 팀 전북으로 돌아와 치르는 첫 경기였다.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최 감독은 “잠도 잘 오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최 감독은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복귀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살짝 비쳤다. 그는 “최종예선 마지막 세 경기의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쳤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평소 갖고 있던 복귀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 같은 게 막상 컴백할 때쯤에는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돌아와서 좋기는 한데 팀이 너무 많이 망가져 있어 할 일이 많다”며 걱정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제 상대 팀들이 전북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걸 가장 큰 문제로 봤다. 예전의 잘나가던 전북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북은 지난 두 경기에서 수비 조직력 붕괴와 막판 체력 저하로 9골을 내주며 모두 패했다.
하지만 ‘봉동 이장’ 최 감독이 벤치를 지킨 전북은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전북은 경남을 4-0으로 완파하고 최 감독에게 복귀전 완승의 선물을 안겼다. ‘최강희의 남자’ 이동국은 2-0으로 앞선 후반 25분 추가골과 후반 32분 4-0을 만드는 쐐기골을 넣으면서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수원전에서 두 골을 넣은 이동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나고 소속 팀으로 돌아와 2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렸다.
최 감독은 아끼는 제자 이동국이 7월 20일 개막하는 동아시안컵 대표팀 예비 엔트리 40명에 들지 못한 데 대해 “선수 선발은 절대적으로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열아홉, 스무 살이면 몰라도 동국이는 이제 그런 일(대표팀 탈락)에 상처받고 할 나이는 지났다”고 했다. 최 감독은 “이럴 줄 알았으면 최종예선 이란 방문 때 (동국이를) 데려갈 걸 그랬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A매치 99경기를 뛴 이동국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에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 감독은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준 안방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게 돼 기쁘다. 경기를 하는 동안 굉장히 편안했다. 역시 나는 봉동 체질인 것 같다”고 했다. 전북 선수단의 숙소가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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