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는 우리나라 소극장 뮤지컬사를 새로 쓴 걸작이다. ‘지하철1호선’ 이래 가장 성공한 소극장 뮤지컬로 꼽힌다.
박은미(25·사진)는 ‘빨래’에서 여주인공인 ‘나영’ 역을 맡고 있다. 순진한 몽골청년 ‘솔롱고’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강원도 시골에서 올라와 고된 서울살이를 하면서도 꿋꿋하게 용기를 잃지 않는 처녀다. 박은미는 2010년 조연인 서점 여직원 역을 맡았다가 3년 만에 주인공으로 ‘금의환향’했다.
청순가련이 아닌 씩씩한 ‘나영’을 선보여 팬들로부터 ‘진격의 나영’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은미는 7330 운동종목으로 복싱을 추천했다. ‘과연 박은미답다’라고나 할까.
“2010년 ‘빨래’를 할 때 ‘여직원을 맡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이 있었다. 겸사겸사해 살을 빼볼까 해서 집 근처 복싱체육관을 찾아갔다.”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복싱도장에 미모의 여배우가 제 발로 운동을 하겠다고 찾아왔으니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상상이 간다. 하지만 운동은 운동. 박은미는 “한번 체육관을 다녀오면 식도까지 말라붙는 것처럼 힘들었다”라고 했다.
● 복싱으로 키운 ‘독기’ … 배우생활에 큰 도움
복싱체육관을 방문해 본 사람은 3분마다 울리는 공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복싱은 한 라운드가 3분이다. 관원들은 3분간 운동을 하고 공이 울리면 1분간 휴식한다. 평소에도 몸을 ‘1라운드 3분’에 맞추기 위함이다.
박은미는 셰도복싱을 하다 하도 힘이 들어 “관장님, 저거 공이 멈춘 것 같아요’”하고 투정하기도 했단다. 대신 힘이 든 만큼 운동효과는 뛰어났다. 복싱을 하자 탄탄한 몸매가 만들어지면서 5kg이 쑥 빠졌다.
“좋게 말하면 인내심이고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독기가 늘었다. 스파링을 하다 몇 대 맞으면 정말 오기가 불쑥 솟아오르게 된다.”
권투를 하면서 ‘독기’가 생겼다는 박은미는 줄넘기를 복싱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았다. 다양한 줄넘기 기술을 배운 것이 너무 좋았단다. 지금도 지방 공연을 갈 때면 으레 줄넘기를 가방 속에 넣어 간다. 공연을 앞두고 몸을 풀어야 할 때면 주차장에라도 나가 줄넘기를 한다.
“지금은 ‘나영’에 몰입하고 싶다. 연말에는 ‘그리스’에 출연을 하게 될 것 같다. 내 목표는 하나. ‘원투! 원투!’ 주먹을 날리듯, 미래를 향해 불끈 주먹을 쥐고 달려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