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23명…필드 플레이어 포지션별 2명씩 선발 점유율축구 약점 보강한 카운터어택형 빠른공격 선호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브라질을 향한 뚜렷한 로드맵이 그려져 있었다. 홍 감독은 6월25일 취임 기자회견 때 “한국형 축구로 브라질월드컵에 도전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유망 수비수들을 직접 지도한 1일 ‘코리아 실드 프로젝트(korea shield project)’ 행사 전 인터뷰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 홍 감독의 말은 ‘전문성’과 ‘스피드’로 요약된다. 이 단어를 통해 홍 감독이 내년 월드컵에 어떤 선수들을 데려갈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포지션 1인자 중용
전문성은 선수선발 기준과 연관 있다. 홍 감독은 코치로 2008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은 최종 엔트리가 18명이다. 부상자라도 나오면 조별리그 3경기 소화하기도 빠듯하고 8강 이후 토너먼트까지 치르려면 멀티플레이어가 필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 최종명단을 짜며 두 개 이상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중용했다. 황석호(중앙수비, 오른쪽 풀백)와 오재석(좌우 풀백), 김보경(윙, 중앙 미드필더), 지동원(최전방, 윙) 등이었다. 구자철은 미드필더, 윙,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가능했다.
반면, 월드컵은 엔트리가 23명이다. 골키퍼 3명을 빼면 필드플레이어는 20명으로 포지션별 2명씩 뽑을 수 있다. 홍 감독은 “전문성을 가진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현대축구에서는 선수들이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움직인다. 또 월드컵도 올림픽 못지않게 멀티플레이어의 효용가치가 크다. 하지만 선수선발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홍 감독은 올림픽 때는 멀티플레이어에게 일단 큰 점수를 줬지만 이제는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선수부터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 빠르고 정확한 역습 최적화
홍 감독은 1일 인터뷰에서 뜻밖에도 ‘스피드’를 언급했다.
“한국축구는 빠른 선수들, 스피드로 기억된다. 하지만 최근 볼 점유율에 집중하면서 스피드가 떨어졌다. 볼 점유율을 늘리면서 카운터 어택 등 빠른 공격을 할 수 있다면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단순히 발 빠른 선수를 뽑겠다는 말이 아니다. 템포가 빠른 축구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감독은 “본선에서 우리가 만날 상대가 어떤지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한국보다 약한 상대는 없다는 뜻이다. 조직적인 수비로 튼튼한 방어막을 구축하고 강한 압박으로 볼을 뺏은 뒤 정확한 역습으로 득점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이런 패턴에 최적화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