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던 SK 이만수 감독은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홀로 운전대를 잡았다. 무려 5시간 넘게 차를 몰고 정처 없이 떠났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뒤에야 숙소로 돌아왔다. 이 감독이 그렇게 쓰린 속을 달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신생구단 NC가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에서 내야수 모창민(27)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당시 “야구인생 45년 가운데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타격에 재능이 있고 주루 센스도 남다른 모창민은 전 소속팀 감독이 그토록 안타까워했을 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였다. 그를 보낸 SK는 아쉬움을 삼켰고, 그를 데려온 NC는 쾌재를 부를 만했다.
그리고 모창민은 2일 마산 넥센전에서 다시 한번 NC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0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던 8회말 1사 후 볼카운트 2B-2S서 넥센 2번째 투수 이보근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시속 132km)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솔로홈런(시즌 5호·비거리 110m)을 터트렸다. 팽팽하던 경기의 흐름을 일거에 NC 쪽으로 기울게 만든 한방이었다.
경기 초반 베이스러닝 실수로 고개를 숙였기에 더 기뻤을 모창민이다. 1회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나성범이 삼진으로 돌아선 뒤 이어진 1사 1·3루서 초구에 스타트를 너무 빨리 끊었다가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다. 다음 타석에서 다시 안타를 추가하고도 마음에서 떨쳐내기 힘든 주루사였다. 그 아쉬움을 경기 막판 시원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마자 한쪽 팔을 높이 치켜든 모창민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 홈런과 함께 잘 버티던 넥센의 긴장감도 무너져 내렸다. 다음타자 나성범이 바뀐 투수 박성훈을 상대로 다시 우월솔로포를 날려 NC 창단 후 3번째 연속타자 홈런을 완성했고, 9회 마무리 이민호가 선발 찰리의 승리와 창단 첫 무실점 경기를 지켜냈다.
모창민은 경기 후 “휴식일 다음날 늘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더욱 최선을 다해 경기했다. 1회 주루 실패 이후 경기에 더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광길 코치님과 전준호 코치님이 슬라이더를 노리라고 하셨다. 그게 적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