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최다홈런 쏘아올린 이승엽… 6월 타율 0.181 극심한 슬럼프
류 감독 4번타자 맡기며 믿어주자 2일 롯데전 결승타 등 부활 기지개
“2할 2푼 치는데 어느 구단이 5년이나 기다려 주겠어요.”
국민타자 이승엽(37·삼성·사진)은 지난달 20일 역대 프로야구 통산 홈런 신기록(352개)을 세운 날에도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세 살배기 둘째 아들 은엽이가 아빠가 좋은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을 때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얼굴은 밝지 않았다. 홈런을 쳤어도 여전히 그는 자신의 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승엽의 말대로 지난달까지 그의 타율은 0.227에 머물렀다.
올 시즌 이승엽은 ‘여름 사나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여름 슬럼프를 겪었다. 6월의 부진이 그의 타율을 깎아먹었다. 이승엽의 6월 타율은 0.181.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이다. 볼넷도 2개밖에 골라내지 못한 반면에 삼진을 20개나 당한 걸 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이승엽이 6월에 홈런 4개를 친 것도 위안거리가 아니다. 전성기인 1998∼1999년 그는 7, 8월에 홈런을 몰아치며 ‘여름 사나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 홈런을 가장 많이 터뜨린 건 6월이다. 이승엽은 352개 중 82개의 홈런을 6월에 쏘아 올렸다. 과거에는 가장 좋았던 시기가 이제는 슬럼프가 됐다.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이다.
통계상 그가 전에 없이 부진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노장 선수가 부진에 빠졌을 때 그것이 일시적 슬럼프냐, 아니면 영구적으로 능력이 저하된 것이냐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이승엽처럼 뛰어난 업적을 지닌 선수일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달 20일부터 이승엽을 4번 타자로 내보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은 상징적 존재다. 그가 쳐줘야 팀이 이긴다. 타순을 6, 7번으로 내리는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아프지 않는 한 2군에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시즌 끝까지 믿고 간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믿음이 통한 걸까. 이승엽은 7월 첫 경기인 롯데전에서 7회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6월 마지막 날에 이어 2경기 연속 멀티히트다. ‘여름 사나이’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이승엽의 반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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