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km를 던지는 투수는 매력적이다.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45km까지는 투수 개인의 노력으로 던질 수 있지만, 150km를 던지는 건 타고나야 한다.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올 시즌 구속보다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두산 유희관, NC 손민한, LG 우규민 등이 대표적이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3일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마추어와 프로의 시각 차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때는 강속구 투수가 대접을 받는다.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이 빠르면 제구력이 조금 떨어져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앞 순위에 뽑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차 코치는 “현장에서 필요한 재원은 제구력이 있는 투수”라며 “스카우트는 구속이 빠르면 잠재력이 많다고 판단한다. 제구력은 프로에 와서 체계적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수는 구속이 빠르면 유리한 부분이 많다. 상대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으면 아무래도 타자가 부담감을 느낀다. 차 코치도 “구속이 빠르면 당연히 좋다”고 전제했지만, “스카우트는 속도를 우선시하고, 현장은 제구력을 원한다. 연애할 때는 얼굴을 보고, 결혼할 때는 성품을 보는 것과 같다”고 정리했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원하는 코스에 던지지 못하면 맞아나가는 게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또 구속이 느려도 스트라이크존을 자유자재로 공략할 수 있다면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게 야구의 묘미다.
물론 빠른 공에 제구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차 코치는 “속도에 제구까지 갖추면 20승 투수가 나온다”며 “그런데 역대 20승 투수가 몇 명 없지 않았나.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