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요일의 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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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4일 07시 00분


수요일만 되면 우뚝 서는 거인. 롯데 선수들이 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선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9-2의 완승을 거둔 뒤 마운드에 모여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수요일 경기에서 10승2패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수요일만 되면 우뚝 서는 거인. 롯데 선수들이 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선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9-2의 완승을 거둔 뒤 마운드에 모여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수요일 경기에서 10승2패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수요일 경기 10승 2패 압도적 강세…롯데, 삼성전 승리로 단독 3위로…유먼, 시즌 8승째 다승 공동 2위

롯데는 2일 사직 삼성전에 최근 가장 구위가 좋은 외국인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을 내고도 패했다.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4일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며 충분히 충전한 뒤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나 롯데 김시진 감독은 3일 삼성전을 앞두고 “우리는 올해 이상하게 수요일에 강했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실제로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수요일에만 9승2패(승률 0.818)로 9개 구단 중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주까지 최근 3주 연속 화요일 경기가 취소됐는데, 그 다음에 열린 수요일 경기에서 모두 이겼다”고 덧붙였다. 6월 12일 사직 넥센전 6-3 승리, 19일 잠실 두산전 13-6 승리, 26일 사직 NC전 3-2 승리를 두고 한 말이었다. 롯데는 그 이전에 6월 5일 사직 KIA전에서도 6-3으로 이겼고, 5월 29일 사직 두산전에서도 3-0으로 승리해 최근 수요일 경기 5연승 중이었다.

프로야구에서 요일과 승부의 함수관계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야구가 ‘멘탈 게임’이라고 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해도 무형의 전력이 될 수도 있다. 반면 1위를 질주 중인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수요일에 4승1무4패로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롯데가 이날 은근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이 선발 등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먼은 옥스프링과 함께 7승으로 팀 내 다승 1위였을 뿐 아니라 삼성전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김 감독의의 예감은 맞았다. 롯데는 1회초 최형우에게 2점홈런(시즌 13호)을 내줬지만, 2회말 3사사구와 4안타를 집중해 대거 5득점하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5회초에는 손아섭의 솔로홈런(시즌 4호)이 터졌고, 7회 3점을 추가하며 삼성을 9-2로 완파했다. 유먼은 선발 8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8승째(3패)를 챙겼다. 1회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7이닝을 2안타로 틀어막았다. 유먼은 올 시즌 삼성전에서만 3승 무패를 기록했다. 롯데가 올 시즌 삼성전에서 기록한 4승(6패) 중 홀로 3승을 챙기며 ‘삼성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롯데는 이로써 수요일에 10승(2패)을 올렸다. 그야말로 수요일을 지배하는 팀이 됐다. 롯데는 또 이날 승리로 36승2무28패(승률 0.563)로 NC에 덜미를 잡힌 넥센(37승1무29패·승률 0.561)을 끌어내리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했고, 2회 5점을 낸 부분이 승부에 주효했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날씨가 더운 미국 루이지애나주 출신인 유먼은 “7월 첫 승이다. 이번 달은 적어도 2승에서 3승은 더 하고 싶다”며 “한국의 점점 더워지는 날씨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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