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넥센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2위 자리를 놓고 한동안 엎치락뒤치락했다. 4일까지 성적은 LG가 2위, 넥센이 4위. 그러나 양 팀은 1.5게임차에 불과했다.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 팬들이 ‘엘넥라시코’라고 부르는 양 팀의 매치는 이젠 흥행카드로 자리 잡았다. 더군다나 양 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4승4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양 팀은 도약과 추락의 분수령이 될 맞대결에 앞서 필승 전략을 준비했다. LG 김기태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5일 경기에 앞서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2번 타순을 파격적으로 변경하는 ‘히든카드’를 던졌다.
염 감독은 홈런 공동1위인 지명타자 이성열을 2번에 배치했다. 이성열은 두산 시절이던 지난해 4월 14일 사직 롯데전 이후 447일 만에 2번타자로 나섰다. 넥센 이적 후에는 처음이다. 이성열은 이날 LG 선발이던 레다메스 리즈 상대 타율이 0.357(14타수 5안타)로 강한 편. 염 감독은 “성열이가 앞에서 최대한 공을 많이 봐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 역시 포수 현재윤을 2번에 넣었다. 김 감독은 “현재윤은 선구안이 좋아 공을 잘 보고 작전수행 능력도 좋다”고 설명했다. 2007년 이후 현재윤이 2번 타순에 들어선 것은 대타를 포함해도 단 네 번뿐. 현재윤은 “(넥센 선발) 밴 헤켄에게 타석에서 공을 많이 던지게 한 적이 있다. 그 장면을 기억하신 것 같다”고 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를 포함해 타자들의 타격감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넥센은 중심타선처럼 한방이 있는 2번타자를 원했다. 이성열은 4회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기대에 화답했다. 6회엔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친 뒤 볼넷을 골라나갔다. 비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8회에도 8구 승부를 벌였다. 이성열은 성급한 승부가 많다는 지적을 종종 받았지만, 이날은 2번타자답게 평소와 다른 타격 스타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려는 자세를 보였다.
반대로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은 LG는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줄 수 있는 2번타자를 바랐다. 포수가 2번타자로 나서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현재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특히 7-4로 앞선 4회 1사 3루서 3루 쪽으로 절묘하게 번트를 대면서 3루주자를 불러들인 장면은 완벽한 2번타자의 모습이었다.
이날 넥센은 연이은 대타 작전으로 포수 자원이 고갈돼 포수 출신인 이성열이 8회초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오랜 만에 안방에 앉았다. 그러면서 공교롭게도 LG뿐 아니라 넥센의 2번타자도 포수가 맡게 되는 진기한 장면이 이어졌다.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LG와 넥센. 광주일고 동기생인 두 감독의 지략 대결로 파격적인 2번타자 싸움까지 불꽃을 튀기면서 경기는 한층 더 흥미진진했다. 이날 승부는 명불허전이었다. 난타전 끝에 12-10으로 넥센이 역전승하면서 양 팀은 이제 0.5게임차가 됐다. 시즌 상대전적은 넥센이 5승4패로 앞서게 됐다. 다음 경기는 어떤 경기가 펼쳐질까.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엘넥라시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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