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는 빠르게 좌중간으로 날아갔다. 넥센 중견수 이택근이 몸을 날렸지만 잡지 못했다. 공이 담장까지 굴러간 사이 타자 주자는 여유 있게 3루를 밟은 뒤 활짝 웃으며 최태원 3루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15번째 사이클링 안타(안타-2루타-3루타-홈런)가 작성된 순간이었다.
LG 이병규(9번·사진)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병규는 5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1회 좌전 안타, 2회 우월 홈런(115m·3점), 5회 우전 2루타, 7회 좌중간 3루타를 차례차례 기록했다. 사이클링 안타를 달성하는 데 가장 어렵다는 3루타는 LG가 8-6으로 앞선 7회 2사 1루에서 넥센의 네 번째 투수 이보근을 상대로 터뜨렸다. 앞선 두 타석에서 오른쪽으로 타구를 날린 이병규를 의식해 중견수 이택근이 우익수 쪽으로 치우쳐 수비를 하고 있던 게 행운이 됐다. 사이클링 안타는 2009년 4월 11일 두산 이종욱이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기록한 뒤 1546일 만에 나왔다. 이병규는 역대 최고령(38세 8개월 10일) 사이클링 안타의 주인공이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종전 최고령 사이클링 안타는 2003년 4월 15일 수원 현대전에서 삼성 양준혁(당시 33세 10개월 19일)이 달성해 1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었다. 이병규의 사이클링 안타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넥센이 12-10으로 이겼다. 사이클링 안타가 나온 팀이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센은 7-9로 뒤진 8회 박병호의 2점 홈런 등 안타 5개와 고의 볼넷 등을 묶어 5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9-9로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LG 투수 봉중근이 2루에 견제구를 던진 사이 3루 대주자 유재신이 홈을 파고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극적으로 2연패에서 탈출한 넥센은 롯데를 끌어 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두산은 잠실에서 니퍼트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김현수의 홈런 2개를 앞세워 선두 삼성을 9-6으로 눌렀다. 9승(3패)째를 챙긴 니퍼트는 KIA 양현종과 함께 다승 선두가 됐다. 삼성 이승엽은 2-9로 뒤진 8회 올 시즌 자신의 두 번째 만루홈런(시즌 8호)을 때렸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점수 차가 너무 컸다. 대전(SK-한화), 광주(롯데-KIA)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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