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상처’ 올렸다가 팬 비난에 페이스북 탈퇴 축구협, 오늘 회장단 회의서 징계 여부 결정
대한축구협회가 딜레마에 빠졌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논란 탓이다. 징계를 내려야할지, 또 징계한다면 수위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크다. 여론 동향도 신경 쓰인다.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현 전북현대)을 조롱한 과거 글들에 대해 기성용은 5일 사과했지만 여전히 따가운 눈총은 계속되고 있다.
● 징계 논의 10일 본격화
기성용은 또 한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논란이 됐던 비공개 페이스북을 9일 새벽 탈퇴했지만 이에 앞서 시인 이석희의 ‘누가 그랬다’는 제목의 시 한 편을 올렸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중략).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거다.”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상처’라는 시 글귀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탈퇴했다.
일단 축구협회는 10일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이달 말 국내에서 열릴 동아시아선수권 엔트리를 11일 발표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길어질수록 홍 감독만 불편해진다.
U-20 대표팀 단장으로 터키 출장을 다녀온 허정무 부회장은 “내용을 전달받았다. 미룰 필요 없다. 빨리 수습해야 한다. 내일(10일)이라도 회장단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회장단 회의 때 전달할 계획이다. 물론 회장단 회의에서 기성용의 징계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절차가 있다.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나오면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여기서 수위가 결정된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난처한 입장이다. 기성용이 물의를 일으킨 건 분명하지만 SNS 논란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선수 미래를 위해 경징계 선에서 마무리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의견과 “선배를 조롱하고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 분위기를 흐린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 상충되고 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언론과 팬 반응도 두루 보고 있다. 합당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