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서워서 공을 피하려고 했는데 언니들이 알려주신 대로 했더니 공이 와서 맞더라고요. 애경이 언니 공을 직접 받았다니 꿈만 같아요.”
강원 동해중 2학년 이지윤(14)은 김애경(25·NH농협은행)이 강하게 넘겨준 공을 발리로 연결한 뒤 활짝 웃어보였다. 빠른 공이 얼굴 쪽으로 날아오자 살짝 몸을 움츠리기는 했지만 라켓에 맞은 공은 정확하게 코트 구석에 꽂혔다. 이지윤은 5월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여중부 단식 동메달을 딴 유망주. 하지만 실업선수들의 공을 받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윤은 공을 받기 전 김미연(25) 주옥(24) 등 NH농협은행 선수들에게 자세 지도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여기 언니들 공을 직접 받아볼 사람 나와 보라”는 장한섭 NH농협은행 감독 말에 동료 선수 126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트에 나섰다. 성공 축하선물로 양말까지 받자 부러운 시선이 지윤이를 향했다.
지윤이만 ‘넥스트 김애경’을 꿈꾸는 게 아니다. 여자 학생 정구 선수들에게 “어떤 선수를 닮고 싶냐”고 물으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김애경이라고 답한다. 나머지 한 명도 대개 NH농협 선수 이름을 부른다. NH농협은행이 ‘정구계의 드림팀’이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 선수단이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만 9개다.
이 드림팀이 9일 강원 횡성군 횡성읍 섬강코트에서 재능기부 행사를 열었다. 강원도내 초등학생과 중학생 선수들은 이 자리서 NH농협은행 선수들과 함께 공도 치고, 자세 교정 같은 ‘족집게 과외’도 받았다. NH농협은행은 행사에 참여한 15개 학교에 공, 라켓 같은 정구용품도 기부했다. 이날 오전에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김승희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이 ‘정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서’에 사인하며 재능기부 정례화를 약속했다. NH농협은행 테니스부도 이달 말 재능기부 행사를 열 계획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오후 내내 학생들 공을 받아 준 NH농협은행 선수들 유니폼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팀에서 두 번째 막내 임수민(21)은 “모처럼 학생들하고 공을 치다 보니 제가 부족한 점도 느낄 수 있어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코트 건너편에 세워둔 물병을 서브를 넣어 맞히는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석한 학생 선수 조민영(17·묵호고)은 “왜 지난해까지는 이런 행사가 없었으며, 올해는 고등학생은 안 끼워준 것이냐”며 “내년에는 고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웃으며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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