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올 시즌 초부터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선발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투수 운영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김진욱 감독은 지난 5월 28일부터 좌완 유희관을 선발로테이션에 포함시켰다. 결과는 대 만족. 유희관의 호투는 지난 시즌 불펜요원에서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은 노경은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 신의 한수가 된 ‘실험’
노경은은 현재 두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발 요원이지만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마무리 스캇 프록터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이었다. 필승조의 일원으로 프록터의 마무리를 돕는 필승조였지만 팀 승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탓에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해 6월 6일 잠실 SK전에 선발등판시켰다. 기분전환을 위한 등판이었지만 이는 두산과 노경은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였다. 첫 선발등판에서 6.2이닝 3안타 1실점 호투로 선발 가능성을 선보인 그는 시즌 마지막까지 선발로테이션을 지켰다. 그가 남긴 기록은 12승 6패, 방어율 2.53이었다.
올 시즌 유희관 역시 출발은 불펜이었다. 그는 두산 불펜에서 유일하게 믿을 만한 좌완요원이었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유희관을 선발로 돌렸다. 김선우와 게릿 올슨의 부상·부진으로 엉망이 된 선발투수진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는 5월 28일 사직 롯데전 패전투수가 된 이후 6연속경기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다. 13일 잠실 KIA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2.33의 방어율은 KIA 양현종(2.30)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하기는 기록이다.
● 김진욱 “분석한다고 당할 투수 아니다!”
노경은과 유희관의 투수 스타일은 정반대다. 노경은은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140km대의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파워피처라면 유희관은 면도날 같은 제구력과 완급조절로 상대 타자를 무력화하는 전형적인 기교파 투수다.
유희관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상대 분석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지난해 노경은이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 감독은 “(노)경은이가 구위의 힘으로 상대타자들을 눌렀다면 희관이는 수싸움에서 상대 타자들을 이겨내고 있다. 분석을 한다고 쉽게 당할 투수는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이어 “경은이와 희관이의 투구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팀과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다”면서 “지난해 경은이가 선발 투수진에 안정을 가져왔던 것과 같이 희관이의 호투도 올 시즌 선발투수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료들의 신뢰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경은이가 야수들의 믿음을 받은 것처럼 희관이도 야수들이 믿는 투수로 성장했다”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