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시간 4분이 흐르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34)은 아쉬운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봤다. 긴 한숨도 내쉬었다. 프로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 달성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전북과 대전시티즌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9라운드가 열린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관심사는 단 하나였다. 이동국의 득점 여부였다. 한 골만 추가하면 K리그 8경기 연속 골 기록을 세운다. 역대 최다 연속 골 타이 기록이다. 팬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평일 저녁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9000여 명의 관중이 찾았다.
하지만 기록 달성은 쉽지 않았다. 이동국은 90분 내내 힘겨웠다. 기록의 희생양을 피하려는 대전의 밀집수비는 강했다. 이동국은 2차례 슛을 시도했고, 유효 슛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침묵에 전북은 1-1 무승부에 그쳤다.
결전을 앞두고 스승은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부담을 느낄까봐) 대화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대기록 앞에서 이동국은 상당한 부담을 느낀 듯 했다.
이날 경기전까지 이동국은 7경기 연속 골(9골)을 기록 중이었다. 5월11일 전남 드래곤즈 원정(2-2 무)에서 1골1도움을 올린 이후 13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2-1 전북 승)에서 골 맛을 볼 때까지 쉬지 않고 득점포를 가동했다.
8경기 연속 골에는 실패했지만 7경기 연속 골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기록이다. 7경기 이상 내리 득점한 선수는 이동국 이외에 황선홍-김도훈-안정환이 전부다. 황선홍은 포항에서 8경기 연속 골(10골·1995.8.19∼10.4), 김도훈은 전북에서 8경기 연속 골(11골·2000.6.17∼7.16)을 각각 기록했다. 안정환은 부산에서 7경기(1999.7.24∼9.4) 8골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