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2회 수상자는 박정태(1998·1999년), 이대호(2005·2008년), 홍성흔(2006·2010년) 등 5명이다. 이 중 최초는 SK 김용희(58) 2군 감독이다. 김 감독은 1982년과 1984년 ‘별 중의 별’로 뽑혔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올스타.’ 18일 포항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아직도 그렇게 불러주시는 팬들이 있어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 허리통증도 날린 단기전의 사나이
김용희는 롯데 시절인 1982∼1985년, 4년 연속 올스타전 베스트10(동군 3루수)에 뽑힌 스타였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에선 아마추어 시절의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81년 실업무대에서 당한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당시는 선수층이 얇았다. 통증이 심한 날에도 “그냥 3루에 서있기만 하라”는 말을 듣고 경기에 나섰다. 장기레이스에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도 단기전에서만큼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세 경기가 열린 1982년 올스타전. 2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날린 그는 3차전에서 만루홈런까지 쳤다. 그의 활약 때문에 김용철(당시 롯데)은 2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몰아치고도 MVP를 받지 못했다. 올스타전 통산 최다 홈런(4개·타이)과 최다 타점(13개) 기록은 여전히 그의 차지. 찬스에 강했던 비결을 묻자, 영국 속담을 인용했다. “가장 신중한 사람이 가장 나쁜 것을 고른다.” 타석에선 마음을 내려놓아야 강타자다.
● 부상 자동차 2대? “내 돈으로 구입한 것이나 다름없죠.”
1982년 올스타전 MVP 부상은 승용차였다. 호인으로 꼽히는 그가 ‘한 턱’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 삼정호텔 근처의 고깃집에서 회식을 했다. 회식에 참가한 인원은 수 십 여명. 동·서군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합세했다. 장정들의 먹성은 대단했다. 그는 “자동차 취·등록세까지 합치면, 사실상 내 돈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며 웃었다. 1984년 올스타전에서 받은 자동차 역시 후배에게 헐값으로 넘겼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그 시절에는 낭만이 있었다. 그는 “선수들이 올스타전이라는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