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의 ‘적토마’ 이병규(39)는 23일 현재 타율 0.391로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다. 이병규는 부상으로 개막 후 두 달 동안 출전하지 못해 규정타석(238타석)의 80% 정도인 187타석(경기당 평균 2.5타석)밖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병규가 규정타석을 채우려면 남은 51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1타석을 소화해야 한다. 나이와 몸 상태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목표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이병규의 경기당 평균타석은 3.7이었다.
그렇다고 이병규가 생애 두 번째 타격왕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규정타석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 규칙에는 ‘필요타석수(규정타석)에 미달한 타자가 그 부족분을 타수로 가산하고도 최고의 타율, 장타율 및 출루율을 나타냈을 경우에는 그 타자에게 타격상, 장타율상 및 출루율상을 준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병규가 앞으로 경기당 평균 3.5타석씩 들어선다면 전반기(182타석)의 2배인 364타석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여전히 규정타석(396타석)에 32타석이 모자란다. 이때 현재 타율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규정타석에서 모자란 32타석을 타수에 더하면 이병규의 타율은 0.357이 된다(표 참조). 현재 타율 1위 SK 최정의 0.335보다 높고, 규정타석에서 8타석이 부족한 삼성 채태인(0.360)과 겨룰 수 있는 수준이다.
이병규가 이 규정을 통해 타격상을 차지했을 때는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 이전 타율을 그대로 인정받는다. 타율 0.357이 아니라 0.391로 타격왕을 차지한 게 되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이 예외 조항을 적용한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예외 조항에 따른 타격왕이 종종 나왔다. 추신수의 신시내티 팀 동료인 조이 보토가 지난해 출루율 1위(0.474)를 차지한 것 역시 이 예외 조항 덕분이었다.
이병규가 올 시즌 타격왕을 차지하면 원년(1982년) 백인천을 누르고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타격왕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병규는 타율 3할만 기록해도 역대 최고령 3할 타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단, 이때는 규정타석을 채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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