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구패턴 선발에 더 어울릴 수도 연투 잦았던 마무리 해봐서 걱정 없다” 27일 SK전 등판 유력…위기를 기회로
만약 주중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롯데 김사율(33)은 선발로 보직을 바꾼다. 27일 사직 SK전이 유력하다.
이미 김사율은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롯데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20세이브를 거뒀던 투수가 올 시즌 마무리 자리를 빼앗겼다. 악재는 겹쳐서 불펜에서도 자리를 못 잡더니, 급기야 2군까지 떨어갔다. 그리고 떨어진 선발 전환 특명. 김사율은 이런 벼랑 끝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많은 것을 잃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이다”
선발등판을 앞둔 김사율의 첫 번째 마음은 미안함이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는데 부응을 못했다. (내가 못한 탓에 불펜에서 힘들었을) 김성배, 김승회, 정대현 선배한테도 미안하다.” 전반기 26경기에 등판해 2승3패1세이브3홀드, 방어율 3.56. 얼핏 썩 나쁘지 않은 기록처럼 보이지만, 지난 2년간 54세이브를 올린 성적에 비춰보면 심각한 추락이었다.
성적이 안 나오자 보직이 어정쩡해졌고, 김시진 감독은 롱릴리프를 거쳐 김사율의 선발 전환을 결정했다. 김수완을 롱릴리프로 쓰고, 공백인 4∼5선발 자리에 허준혁과 김사율을 기용하는 모험을 건 것이다.
누구보다 김사율이 잘 안다. 지금 선발등판을 앞둔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직 운운할 때가 아니다. 한 이닝, 한 타자에 집중할 뿐이다.” 마무리를 맡았을 때의 마음과 똑같은 자세다. 이번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선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하기에 한계투구수도, 목표이닝도 그 어떤 생각도 안 하고 매순간 전력을 다할 작정이다.
첫 선발등판을 앞두고 오히려 “부담보다 기대된다”며 웃었다. 정확히 10년 만에 돌아온 선발 자리다. 그는 “내가 마무리를 맡았을 때도 늘 ‘마무리로서 적합한 투수’인지를 놓고서 말들이 많았다. 선발에선 나의 패턴인 타이밍 뺏기, 변화구, 제구력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감이 생겨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다보면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선발로서 회복력에 대해서도 “오히려 연투가 잦았던 마무리를 해봐서 걱정 없다”고 덧붙였다.
김사율은 “경남상고 에이스로서 기대를 많이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그러나 선발로 적응하지 못하고 평범한 투수가 됐다. 그러다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많은 것을 잃고, 평범한 투수가 됐다. 그러니 지금 나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초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서른세 살에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다짐 속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