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72·사진)은 24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어제(23일) 추승우는 세이프였다”고 되뇌었다. 4-5로 뒤지던 9회말 1사 1루서 김태완의 중전안타 때, 1루주자 추승우가 3루까지 달리다 아웃됐는데 태그가 안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럼 왜 항의를 안 했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항의는 젊었을 때나 했지”라며 허무한 듯 웃었다. 과거 해태와 삼성의 사령탑을 맡아 독하게 항의하던 다혈질적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항의조차도 부질없고 민망한 현실 앞에서 김 감독은 “야구가 어렵다”는 약한 소리를 혼잣말처럼 반복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승 사령탑의 입에서 “야구가 어렵다. 역전하면 바로 점수 줘버리고, 고비를 못 넘기니 죽겠다”는 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감독은 “한화에 와서 야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과거 승승장구했던 해태와 삼성 감독 시절에는 “야구가 재밌었다”고 추억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해주던” 선수들과 야구를 했던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진 요즘인 것 같았다.
이제 2승 남은 감독 통산 1500승에 대해서도 “한화 와서 30승도 못했는데, 1500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고개를 저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전격적으로 단행한 1·2군 코치진 보직 변경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이제 더 못하면 감독이 책임져야지”라는 말로 한없는 외로움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