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또 하나의 올림픽이 열린다. 27일(한국 시간) 개막해 8월 4일 폐막하는 제22회 농아인 올림픽이다.
‘농아(聾啞)’는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을 말한다. 데플림픽(Deaflympics)이라고 불리는 농아인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은 대회다. 지적장애인들이 출전하는 스페셜 올림픽과 달리 메달 경쟁이 치열한 대회다.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여름·겨울 대회가 개최된다.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1회 대회가 열렸다. 역사로만 따지면 196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대회가 열린 패럴림픽보다 36년이나 앞섰다. 외견상으로는 장애가 없는 농아인은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한국은 1985년 15회 로스앤젤레스(미국) 대회부터 참가했다. 1993년 17회 소피아 대회까지 3차례 농아인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던 한국은 18회 코펜하겐(덴마크) 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얻은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가장 최근에 참가한 2009년 타이베이(대만) 대회에서는 금 14, 은 13, 동메달 7개로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농아인 올림픽에서는 출발을 알릴 때 총이나 호루라기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빛을 쏘거나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준다. 관중은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보내는 대신 파도타기 응원을 한다. 개회식이나 폐막식에서도 노래 대신 몸으로 보여주는 무용이 주를 이룬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세계 90개국 선수단 5000여 명이 참가해 18개 종목에서 메달을 다툰다. 한국은 선수 69명, 임원 31명, 수화 통역 15명 등 115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10개 종목(육상 배드민턴 볼링 사이클 축구 유도 사격 수영 탁구 태권도)에 출전한다. 목표는 금 14, 은 12, 동메달 12개를 따 종합 3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볼링, 사격, 태권도에서 금메달 3개씩을 노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정상에 오른 김태영(23·대구백화점)은 소피아에서 대회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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