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중국과 2013 동아시안컵 여자부 2라운드(1-2 한국 패)를 마친 태극 낭자들은 잰걸음으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눈도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대회 첫 승을 노렸던 경기, 너무도 아쉬웠던 패배에 선수들의 충격은 커 보였다. 한국여자대표팀 윤덕여 감독이 “우리 선수들이 기가 죽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희망으로 승화시키면 된다.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고 하나 여자축구는 좀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21일 북한과 1차전(1-2 한국 패)도, 중국전도 충분히 잘 싸웠다. 모두 한 수 위 기량을 지닌 상대들이었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당당히 맞섰다.
실제로 중국전은 거의 이길 뻔 했다. 너무 쉽게 실점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만점을 줄 수도 있었다. 한 때 세계무대를 호령했던 중국은 90분 내내 한국에 밀렸다. 압도적으로 몰아친 쪽은 한국이었다. 중국은 비 매너를 일삼았다. 스피드에서 밀리자 거친 파울을 쉽게 범했고, 그간 중동에서나 볼 수 있던 ‘침대축구’를 서슴지 않았다. 그 만큼 한국의 전략에 휘말렸다는 반증이었다.
이제 중요한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27일 잠실에서 열릴 한일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부터 양 국에는 큰 차이가 있다. 7월 기준으로 한국은 16위, 일본은 3위다. 2003년이 마지막 월드컵 출전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2011독일여자월드컵도 제패했다.
그래도 못 할 것은 없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하면 된다. 실점도 했지만 골 맛도 봤다. 공격 전개 과정도 좋았다. 한국의 진짜 목표는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진정한 대결은 내년 5월 베트남에서 열릴 아시아 여자 선수권이다. 월드컵 본선 티켓도 5장이 돼 가능성도 넓어졌다. 아시아 최강자에 속하는 북한-일본-중국을 차치하고도 2장이나 더 여유가 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잘 정비하고 보완해 다시 한 번 부딪힐 각오다.
윤 감독은 “우리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 2010 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들도 빠진 상태다. 여민지 등 부상 중인 선수들이 복귀한다면 더욱 전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포를 성공시켰던 김나래(수원FMC)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전에 대한 남다른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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