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28일 잠실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일본의 역습에 무너졌다. 김동섭(맨 왼쪽)이 높이 솟구쳐 헤딩슛을 시도했으나 일본 골키퍼가 펀칭으로 쳐내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1대1 찬스 허용·추가시간 실점…동아시안컵 한일전 1-2 패배
윤일록 홍명보호 첫 골…동아시안컵 3위 마무리
한국축구가 16년 만에 잠실벌에서 ‘숙적’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에 1-2로 졌다. 한국은 전반 24분 역습상황에서 가키타니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았다. 한국은 전반 33분 윤일록의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90분 내내 일본을 거세게 몰아쳤지만 종료직전 또 한 번 가키타니에게 골을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2무1패로 3위에 그쳤다. 일본이 2승1무로 대회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고, 앞서 호주를 4-3으로 누른 중국이 1승2무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주는 1무2패로 최하위.
13년 만에 태극전사의 안방이 된 잠실종합운동장은 뜨거운 용광로였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한 빗줄기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90분 내내 붉은 함성이 물결쳤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마침표를 찍을 결정적 한 방이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A매치가 벌어진 건 2000년 5월 유고와 친선전 이후 13년 2개월만이었다. 한일전은 그해 4월 친선경기(1-0 승) 후 처음이었다. 4만7000명의 관중이 운집해 큰 관심을 보였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한국이 잠실에서 일본에 패한 것은 1997년 11월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0-2 패)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2011년 8월 삿포로 참사(0-3 패)도 설욕하지 못하며 최근 일본과 4차례 A매치(2무2패)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1차전 호주전과 똑같은 멤버로 선발을 짰다. 한국은 초반부터 일본을 압박했다. 한일 축구의 지형도가 바뀐듯했다. 한국은 중원에서부터 짧은 패스 플레이로 일본을 공략했다. 일본은 속수무책이었다. 수비에서 걷어내기만 급급할 뿐 이렇다할 반격도 못했다.
한국은 역습 한 방에 울었다. 전반 24분 일본이 후방에서 볼을 길게 올릴 때 한국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이 정교하지 못했다. 가키타니가 일대일 상황에서 정성룡 옆으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일본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9분 뒤 윤일록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리턴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윤일록은 홍명보호 출범 후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홍 감독은 후반 25분 김동섭을 빼고 조영철을 투입했다.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 없이 조영철과 이승기가 최전방에 포진했다. 이후 홍 감독은 고무열과 김신욱까지 들여보내며 결승골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마지막에 또 가키타니를 놓치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