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람 “이제 부담감 즐겨…스스로에 확신 생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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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무도·실내아시안게임 우승 비결은 '4구'
●내가 커지면 주변이 작게 느껴진다
●차유람 팬하길 잘했다는 말 듣고 싶어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이제 부담감을 즐기게 됐어요. 저 자신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무척 기뻐요."

'당구미녀' 차유람(26)의 얼굴은 밝았다. 차유람은 이번달 초 열린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 여자당구 9볼-10볼 부문 2관왕을 차지하며 최근 1년 반 가량 지속됐던 '국제대회 무관'의 아쉬움을 씻었다. 차유람은 바로 이어 열린 국내 대회 수원컵에서도 '당구마녀' 김가영(29)을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 기쁨이 더했다.

25일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연습장에서 만난 차유람은 "성공적인 경험이었다. 학교(한국체대) 다니는 시간 제외하면 연습장에서 산 보람이 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에는 하루에 6시간 정도 연습했는데, 올해는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연습시간을 2~3시간 더 늘렸어요. 사실 올해 성적은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좋은 성적을 내서 기분이 좋아요."

차유람은 '신인 선수가 첫 시즌 마치고 하는 이야기 같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선수의 감각은 하루하루가 다르고 매시간 매 순간 달라진다. 그런 긴장된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차유람을 지도하는 이장수 감독은 실내·무도아시안게임 당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4강은 무난하다. 이후는 컨디션 싸움인데,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차유람은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원래 실수가 나오더라도 공격적으로 몰아치는 편이에요. 전에는 기술적인 부분, 특히 수비력에 문제가 많았죠. 올해 초부터 4구 연습을 많이 한 게 주효했어요. 3구는 강하게 치기 때문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요. 4구는 힘 조절을 섬세하게 하니까 포켓볼에서도 정확한 자세나 공 컨트롤, 수비력을 갈고 닦는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차유람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전 '5대 얼짱'으로 꼽히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8강에서 탈락해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차유람은 이에 대해 "그때는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내가 작아지면, 주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반대로 내가 커지니까, 주변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관심을 많이 받다보니까 불안감이 컸고, 그게 경기에도 나타났죠. 그게 다 실력이에요. 이번 대회도 제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보니 부담감이 컸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대감을 잘 소화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뻐요. 팬분들이 많이 오시는 걸 기대하게 되고, 그런 응원이 더 힘이 되더라구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차유람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로 뛰었지만, 체력적 한계를 느껴 그만두고 당구에 입문했다. 차유람은 "테니스를 못하진 않았지만, 상체 통이 작아서 힘이 부족했다. 운동신경을 타고난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구는 기본적으로 바둑처럼 정신적인 에너지를 쏟아내는 운동이지만, 체력도 뒷받침돼야 해요. 특히 당구는 1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번 실내·무도아시안게임처럼 하루에 여러 경기를 해서… 감독님은 3kg 정도 찌우라는데, 많이 먹질 못해서 체중이 늘지 않네요. 시합 때는 너무 예민해져서 막 억지로 밀어넣을 때도 있죠."

차유람은 자신의 한 해 수입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못을 박았다. 다만 "세계선수권 상금은 4만 달러, 그 외에 각종 스폰서십이 수입원"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에 지장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생각만큼 많이 벌지는 못해요. 당구용품 스폰서는 중국 쪽에서 주로 받는 편인데, 일반 스폰서의 경우 '차유람은 좋은데 당구 선수라서 좀' 그런 경우도 꽤 있거든요. 제가 더 노력해야할 부분이죠."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차유람이 그리고 있는 자신의 미래는 어떨까. 차유람은 "내 당구 인생의 최절정기를 경험한 뒤에 큐대를 놓고 싶다"라고 했다. 당구에 집중하느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검정고시로 대체했고, 지금도 '늦깎이 대학생'인 차유람은 공부에 목말라 있다.

"물론 기량이 조금 떨어져도 돈도 꾸준히 벌고 성적도 어느 정도 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지금이 내 기량의 최정점이구나, 라고 확인한 뒤에는 당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할 생각이에요. 대학도 늦게 갔지만, 석사까지는 할 거에요. 관심분야가 생기면 박사과정도 해보고 싶고요. 공부라는 걸 한번 치열하게 해보고 싶어요."

차유람은 자신이 '당구선수'임을 잊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예계 진출설' 등을 부정하는 이유다.

"저는 당구선수예요. 다른 모습으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리는 것도 좋지만, 결국 선수 본연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죠. 차유람 덕분에 당구의 재미를 알게 됐다, 차유람 팬 되길 잘했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가장 보람찰 것 같습니다."

사진·글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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