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부과학상, 붉은악마 현수막에 “국민 수준 의심스럽다”

28일 잠실축구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남자 축구 한일전에는 한국 측 붉은악마 걸개와 일본 측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일본 문부과학상이 동아시안컵 한일전 붉은악마의 걸개 문제에 대해 '국민 수준(民度)이 의심스럽다'라고 발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아사히와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30일 국무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일본 국내였다면 다른 서포터들이 제지했을 것이다. 그렇게 안돼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그 나라(한국)의 국민 수준(民度)이 의심스럽다"고 불쾌한 심경을 표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29일 "극도로 유감"이라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응원 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FIFA 규정을 토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이번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는데 유감이다"며 지난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 당시 박종우의 '독도세리머니' 사태를 환기시키는 듯한 발언에 이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 이번 사태에 대해 확실하게 조사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JFA는 해당 문제에 관련해 EAFF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으며, 일본 정부는 이후 EAFF와 한국 측의 대응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경기장에서 정치적 주장을 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런던 올림픽 당시 경기 후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던 박종우는 메달을 박탈해야한다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남자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안중근 의사와 이순신 장군의 걸개 사진도 함께 내걸렸다. 이날 경기에서 입장한 일본 관중 역시 제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맞섰다. 욱일승천기는 즉각 제지당했고, 붉은 악마의 걸개들도 JFA의 항의를 받아들여 전반전 종료 후 치워졌다.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지난 2007년 관방장관 역임 당시 "종군간호부나 종군기자는 있었지만 종군위안부는 없었고, 있었더라도 부모가 딸을 팔았지 일본군은 관여한 바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동아시안컵 한일전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