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시 경제적 가치만 2조원 육박 부담감 극복…평정심 유지가 관건 신지애·루이스 등 경쟁자도 막아야
‘골프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새 골프역사 창조에 도전한다. 골프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그랜드 슬램(한 시즌 4개 메이저 대회 석권) 달성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박인비는 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6672야드)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75만 달러)에서 메이저 대회 4연승에 도전한다.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릴 경우 골프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4개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 그랜드 슬램 달성 가능성은?
박인비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열린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공동 14위)과 마라톤 클래식(공동 33위)에서 부진했다. 부진의 원인은 ‘피로’였다.
박인비는 24일 귀국해 약 닷새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였다.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 박인비는 28일 대회 장소인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대기록을 준비하는 박인비는 담담했다. 24일 후원 행사에 참석한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를 따로 준비한다고 우승하는 게 아니다. US여자오픈 때 압박감이 심했지만 결국 좋은 성적을 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US여자오픈처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극복해야 할 게 많다. 우선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찾아오는 부담과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 마지막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올 시즌 3번의 메이저 우승 경험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경쟁자들의 추격도 막아내야 한다. 지난해 우승자 신지애(25·미래에셋),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베테랑 카리 웹(호주)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 강적이 많다.
날씨와 분위기 등은 박인비 편이다. 대회가 열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지역은 변화무쌍한 날씨로 유명하다.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릴 경우 똑바로 치고 퍼팅이 좋은 박인비에게 유리할 수 있다. 박인비는 작년 궂은 날씨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 그랜드 슬램의 가치는?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은 약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몰고 온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그랜드 슬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보비 존스는 1930년 US오픈과 US아마추어선수권, 브리티시오픈과 브리티시아마추어선수권을 우승해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한 시즌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한 첫 번째 선수이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4개의 프로대회)으로 바뀌기 이전의 기록으로 진정한 그랜드 슬램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골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박인비의 그랜드 슬램 도전은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박인비가 그랜드 슬램을 이루게 된다면 그 경제적 가치 또한 엄청날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1998년 박세리의 우승이 약 1조의 경제적 가치를 가져왔다는 보고가 있었다. 박인비가 그랜드 슬램에 성공하면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역사상 첫 기록이라는 점에서 국가 및 기업 이미지 상승, 국내 골프산업 발전 등 약 2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가치를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