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좌완 선발투수 유희관(27)은 순수한 것 같으면서도 재치 있는 말솜씨로 주변의 인기를 얻고 있다. 30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그에게 ‘유희관에게 진갑용(39·삼성)이란?’이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유희관은 해맑은 얼굴로 “대한민국 최고 포수”라고 답했다. 잠시 후 질문의 포인트를 파악했는지, “그때 나는 최선의 피칭을 다한 것”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7월 6일 잠실 삼성-두산전에서 유희관이 시속 74km짜리 초슬로커브를 던지자, 타석의 진갑용은 발끈하며 화를 낸 바 있다. 당시 진갑용은 마치 유희관이 자신을 희롱했다는 식의 표정과 제스처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 때의 상황을 상기시키자, 유희관은 “아마 진 선배님도 그 상황에서 던질 수 있는 최선의 공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삼성이 두산에 끌려가는 분위기라서 베테랑으로서 심리전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 때 곁에 있던 MBC스포츠+ 양상문 해설위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 삼성과 붙을 때는 진갑용을 상대로 초구부터 슬로커브를 던져라. 그럼 내가 지원해설을 해줄게”라며 농담조로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유희관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씀만 그렇게 하시고, 막상 제가 초구부터 느린 볼을 던지면 ‘유희관 선수, 저러는 거 아니에요’라고 부산고 후배의 편을 들어주시는 것 아니에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진갑용이 양 위원의 부산고 후배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내놓은 재치 있는 응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