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는 3년 전 U-20, U-17 월드컵에서 각각 3위,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여자대표팀은 월드컵챔피언 일본을 꺾어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줬다. 한국 여자축구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축구협회가 여자대표팀에 남자대표팀 만큼의 투자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는 분명 있다.
A매치 확대가 우선이다. 여자대표팀 윤덕여 감독과 공격수 지소연은 동아시안컵을 마친 뒤 “이런 경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도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데이가 있다. 공식, 친선경기 합쳐 1년에 12번 정도 된다. 한국은 이 중 절반 정도만 소화한다. 2012년 3월 키프러스 대회 이후 올 1월 중국 영천대회까지 한 번도 A매치가 없었다. 여자대표팀은 1년 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다. 올 6월 최강 미국과 두 차례 원정 평가전을 치렀고, 동아시안컵에 이어 11월 캐나다 원정도 계획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평가전은 요원하다. 국내 평가전을 치르려면 초청비나 대관료가 만만치 않다. 남자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스폰서 구하기도 어렵다. 톱클래스 팀을 데려오려면 돈은 더 든다. 그래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는 1년에 1∼2번 국내 평가전을 열어 붐을 조성하고 경기력도 쌓아야 한다. 협회가 이 정도는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남자대표팀과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소집을 위해 해외에서 올 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탄다. 원래 이동거리 3시간 이상일 경우만 비즈니스였지만 규정을 바꿔 지금은 일본에서 오든 유럽에서 오든 똑같이 비즈니스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은 3시간 이상일 때만 비즈니스다. 여자대표팀의 유일한 해외파인 일본 고베 아이낙의 지소연은 일반석을 탄다. 물론 남녀, 각급대표팀을 똑 같이 대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여자대표팀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일에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협회는 여자대표팀에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고 하나씩 지원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