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에 있는 넥센 2군 구장에 ‘명당’이 하나 생겼다. 타자들이 묵는 홈런동, 그 중에서도 103호다.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평범한 2인실 중 하나였던 103호는 이제 넥센 2군에 있는 선수라면 누구나 묵고 싶어 할 방으로 떠올랐다. 올해만 문우람과 안태영이라는 걸출한 1군 자원을 배출한 덕분이다. 그냥 1군으로 승격되기만 한 게 아니다. 1군에 호출되자마자 펄펄 날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안 그래도 103호 바로 옆방을 쓰는 강병식 2군 타격코치가 “내 옆이라 기운이 좋은가 보다”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다.
‘103호의 전설’은 결국 첫 수혜자도 낳았다. 포수 지재옥(25)이다. 지재옥은 31일 목동 한화전에 앞서 포수 박동원 대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올 시즌 넥센의 첫 포수 엔트리 변동. 이유가 있다. 문우람이 6월 22일 2군 캠프를 떠난 뒤 103호로 이사해 안태영과 룸메이트를 이뤘던 주인공이라서다. 염경엽 감독도 그 ‘기운’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재옥이 바로 103호 출신이라 앞서 올라온 두 선수처럼 잘해주기를 기다리며 올렸다”며 웃었다.
이뿐만 아니다. 염 감독은 최근 선발투수들의 부진을 의식한 듯 “투수들도 103호를 좀 썼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투수들은 홈런동이 아닌 ‘퍼펙트동’을 써야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