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KIA의 시즌 9차전이 열린 2일 광주구장. 1회말 KIA의 공격이 시작되자, 넥센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전광판에 찍힌 이름은 김영민. 그러나 이 투수의 등 뒤에는 ‘조상우’라는 이름 석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갑자기 선발투수가 예고도 없이 바뀐 걸까.
그럴 리 없다. 사연은 이랬다. 김영민은 1일 저녁 따로 짐을 싸서 목동 한화전을 치른 팀 동료들보다 먼저 광주에 도착했다. 장거리 이동을 앞둔 선발투수들의 관례다. 그러나 2일 광주구장에 도착해서야 원정 유니폼을 목동구장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렇다고 흰색 홈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수도 없는 일. 이때부터 분주하게 유니폼을 수배(?)하기 시작했다. “기 센 사람 유니폼을 좀 빌려 입어야겠다”며 쉴 새 없이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키 187cm에 몸무게 90kg이 넘는 김영민이 자신의 체격에 맞는 유니폼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다. 이때 김영민이 발견한 사람이 바로 신인 조상우다. 조상우는 키 185cm에 몸무게 88kg으로 김영민과 체격조건이 비슷하다. 게다가 가장 큰 이점이 있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은 채 훈련만 함께 하는 상황이라, 절대 경기에 출장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김영민은 아끼는 후배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조상우로선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1군 선발등판의 꿈을 자신의 유니폼으로 먼저 이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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