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더 힘을 내고 있다. 한 계단씩 꾸준히 오르더니 12승5무4패(승점 41)로 2위다.
1위 포항 스틸러스와 1점차다. 상승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사령탑 김호곤 감독만의 ‘심리전’ 효과가 크다. 산전수전에서 공중전까지 모두 겪은 베테랑 지도자 김 감독에게는 늘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사실 호통만 치는 게 아니다.
선입관일 뿐이다. 필요에 따라 호통의 강약을 조절하고, 때론 달래면서 선수단을 이끌어간다. 3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원정 21라운드에서 김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하프타임 때 울산 선수들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0-2로 뒤진 채 라커룸으로 들어선 제자들은 스승의 눈치만 봤다. 킥오프를 앞두고 김 감독이 지시했던 전술과 움직임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상대가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칠 거다. 카운트어택을 노리자”고 했지만 내리 실점했다. 이른 시간대인 전반 막판 선수 교체를 단행한 것도 시간을 조금이나마 끌어보자는 울산 벤치의 계산이었다.
평소 같으면 한바탕 호통이 나왔어야 하는 상황. 이 때 김 감독은 뜻밖에 칭찬을 했다.
“상황이 많이 불리하잖아. 그래도 잘하고 있어. 볼을 최대한 간수하며 기회를 엿보자.”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울산은 전반과 180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후반 홈 팀을 조였다. 후반 볼 점유율과 볼 점유시간도 인천보다 앞섰다. 장신 골게터 김신욱의 도움으로 김치곤, 하피냐가 내리 득점했다.
김 감독의 심리전은 지난 시즌에도 빛났다. 이기고 있을 때도 필요하다 싶으면 강하게 몰아치고, 지거나 불리한 흐름을 보이면 기를 살려가면서 통솔했다. 선수 심리를 역이용했다. 결국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으며 가장 화려한 구단 역사를 열었다. 울산의 올 시즌 목표는 정규리그 1위. 어지간해선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팀 정신도 크지만 벤치의 심리전은 큰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