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찬스시 치고빠지기 전략 등 활동량 수준급 상대수비 유린·2선 자원과 연계 플레이 등 장점 원톱 뿐만아니라 섀도스트라이커 역할수행 가능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였던 7월 동아시안컵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호주-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라이벌과 대결해 2무1패, 한 골에 그쳤다. 두 번째 시험대인 페루 평가전(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득점력 강화란 측면에 많은 시선이 쏠린다. 공격진에 유독 많은 변화를 준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명단에서 제외된 서동현(제주)-김신욱(울산) 대신 선발된 스트라이커는 조동건(수원). 김동섭(성남)과 최전방을 책임져야 한다. 긴급 소방수로 나설 조동건에게 홍 감독은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 공간을 창출하라!
홍명보호의 특징은 ‘패스 앤 무브(Pass & Move)’다. 볼을 주고받는 템포를 빨리하며 많이 뛴다. 골키퍼를 뺀 전 포지션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조여 나간다. 그래서 공간을 찾으며 골 찬스를 노리고, 반대로 공간 허용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동건 활용법에 대한 힌트가 있다.
전형적인 타깃 공격수와 거리가 먼 조동건은 2선에서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소속 팀에서도 최전방이 아닌, 섀도 공격수로 출격해왔다. 최근 원 톱으로 뛰지만 이는 용병들의 이탈과 부상당한 정대세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지 붙박이 원 톱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꼭지점을 책임질 자원으로 뽑았다. 기대하는 바는 분명하다. 직접 공간을 만들면서도 상대 수비를 교란해 주변 동료들에 찬스를 열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를 언급했다. 박태하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국가대표팀 수석코치)은 “치고 빠지고, 공간침투 능력이 좋다. 본인이 직접 찬스를 엮을 수 있지만 상대 수비 유도 능력이 뛰어나 포지션 체인지를 하며 압박을 가할 2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페루전 명단을 보면 홍 감독이 윙 포워드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일록(서울)-이근호(상주)-조찬호(포항)-임상협(부산) 등이 측면 자원이다. 동아시안컵 당시에도 원 톱의 뒤를 받친 공격형 미드필더와 좌우 날개가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을 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이 과정에서 타깃맨 없는 ‘제로(0) 톱’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김신욱의 원 톱과 홍 감독이 추구하는 원 톱은 다르다. 조동건은 박주영(아스널)과 비슷하다. 넓은 활동 폭과 주변과의 연계 플레이가 강점”이라고 했다. 즉, 공격 루트의 다양화와 공격수들의 증강을 의미한다. 김신욱이 원 톱에 나서면 공격 패턴이 단순해지고 외로워 보이는 경우가 잦았다. 홍 감독도 이 점을 우려했다.
물론 조동건의 가치는 원 톱에 한정된 게 아니다. 섀도 역할도 가능하다. 원래의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청주대 감독)은 “김동섭과 조동건을 동시 투입해 제2의 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며 다른 조합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시즌 초 원 톱 정대세의 뒤에 조동건을 세우는 변형 4-4-2 포메이션으로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