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은 KIA 사령탑이었던 2010년 지독한 부상과 싸우다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말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을 때 조 감독은 김조호 단장에게 이 같은 말을 했다. “단장님, 저는 지금 4위 이하 5위부터는 8위까지 다 똑같은 순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KIA는 2009년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기 때문에 당시 안팎에서 실망이 컸다. 5위라도 지키는 것이 감독으로 책임을 최소화하는 길일 수도 있었다.
6위 LG가 5위 KIA를 바짝 뒤쫓고 있었던 상황, 그러나 조 감독은 당장의 5위 경쟁보다는 2011년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노력이라는 자신의 소신을 이 같이 표현했다.
그리고 남은 시즌에서 신인과 유망주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KIA는 2011년 다시 한번 주축 전력의 연이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5위는 8~9위보다 불행한 순위가 될 수 있다. 신인과 유망주에게 1군 경기 출장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 있는 경험이며 공부다. 그러나 끝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매달렸을 경우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2013시즌의 KIA는 2010년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순위는 오히려 한 단계 아래인 6위다.
KIA 선동열 감독은 9개 구단 체제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4위 이상 성적을 위해서는 70승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KIA는 8일까지 39승 43패 2무를 기록하고 있다. 70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44경기에서 31승을 해야 한다. 기적적인 연승이 없으면 불가능한 숫자다.
지금 KIA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지만 선동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아직 4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혔고 개막 초 선두를 질주했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민 마무리 전환과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지난해 김주찬을 FA(프리에이전트)로 영입하고 시즌 초반 김상현을 포기하고 송은범을 영입한 초대형 트레이드까지 단행한 프런트로서도 지금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2014년은 KIA에게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숙원이었던 새 구장이 개장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윤석민, 이용규가 FA 자격을 획득하고 입대해야 하는 자원도 많기 때문에 하루 빨리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프로야구에서도 출구 전략은 필요하다.
선동열 감독은 9일 마산구장에서 NC와 경기를 앞두고 “송은범이 계속 부진하면 2군에 보낼 생각이다. 내년에도 던져줘야 하는 선수다. 구위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조금씩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선동열 감독은 이미 한 차례 ‘내일을 위해 오늘 뒤로 물러서는’ 선택을 한 적이 있다. 2009년 삼성에서 시즌 중반 과감히 4강을 포기하고 2010년을 대비했었다. 물론 상황은 많이 달랐다. 당시는 팀을 2차례나 정상으로 이끌었던 사령탑이었다. 지금은 부임이후 2년 연속 4강 실패 위기다. 그래서 선택이 더 어렵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