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옥 “조선 사람의 본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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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2일 07시 00분


2013모스크바세계육상선수권 북한선수단장 정성옥. 정 단장은 1999세비야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금메달리스트로, 체육인으로서는 최초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현재는 조선육상경기협회 서기장을 맡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2013모스크바세계육상선수권 북한선수단장 정성옥. 정 단장은 1999세비야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금메달리스트로, 체육인으로서는 최초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현재는 조선육상경기협회 서기장을 맡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北, 세계육상 여자마라톤 단체전 1위
“북한은 체육 열풍…인천서 선전 기대”


105리 길을 쉼 없이 달려온 김혜경(20·북한)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세계 8위(2시간35분49초). 그녀는 기진맥진한 듯,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잠시 뒤 김혜경의 쌍둥이 언니인 김혜송(2시간38분28초·14위), 신용순(2시간39분22초·17위)도 레이스를 마쳤다. 10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 인근에서 열린 2013모스크바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 단체전에서 북한이 1위(7시간53분39초)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세 선수의 기록합산으로 순위를 매기는 마라톤 단체전은 공식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번외경기였지만, 베일에 싸였던 북한마라톤은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여자마라톤에만 4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임원까지 합쳐도 총 7명의 소규모 선수단. 단장은 ‘북한마라톤의 영웅’ 정성옥(39·사진). 정성옥은 1999세비야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로, 체육인으로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첫 번째 인물이다. 북한마라토너들이 입을 굳게 닫은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간 것과는 달리, 정 단장은 친절하게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북한마라톤의 대표주자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금옥이지만,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정 단장은 “젊은 선수 위주로 1년 반 동안 준비했다”며 ‘샛별’들에게 들인 공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쌍둥이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귀여워하시는 선수다. 잘 키우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김혜송-혜경 자매의 나이는 20세에 불과해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마라톤뿐 아니라, 북한 체육계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선전하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정 단장은 “지금 우리는 체육열풍이 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인천(2014아시안게임)과 리우올림픽(2016년)에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남측도 예전에 (마라톤을) 잘하지 않았냐. 더 잘해서 조선 사람의 본때를 보여주자”며 선전을 다짐했다. 그녀의 발언 중에는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을 시사하는 대목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모스크바|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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