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첫 출전의 김승규(울산)가 '국대 수문장' 정성룡(수원)을 위협할 수 있을까. 14일 한국과 페루의 수교 50주년 기념 친선경기를 본 팬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는데 망설임은 없을 것이다.
김승규의 생애 첫 A매치는 성공적이었다. '홍명보호 2기'의 대표적인 새 얼굴 김승규는 이날 풀타임으로 출장하며 요소요소 감초같은 활약상을 뽐냈다.
김승규는 전반 43분 요시마르 요툰(바스코 다 가마)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을 멋지게 막아냈다. 요툰의 슈팅은 갑작스럽게 뚝 떨어졌지만, 김승규의 낙하지점 예측은 정확했다. 김승규는 전반 내내 무딘 페루의 공격을 상대로 최후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한국 수비진을 리드했다.
후반 35분을 넘기면서 경기의 주도권이 오히려 페루에게로 넘어갔다. 페루의 파상공세가 시작되자, 김승규는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 39분,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의 매서운 슈팅을 쳐낸 장면은 이날의 MVP를 김승규에게 줘도 할말 없을 만큼 기막힌 선방이었다. 김승규의 A매치 데뷔전은 다이나믹하면서도 침착했고, 안정적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허정무에서 조광래와 최강희를 거쳐 홍명보까지, 감독이 3번이나 바뀌었지만 정성룡의 입지는 철옹성과 같았다. 정성룡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 런던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며 탄탄한 반석을 다졌다.
하지만 이날 김승규의 맹활약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에 바야흐로 골키퍼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프로 5년차의 김승규는 지난해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톡톡히 이바지한 바 있다. 울산의 기존 골키퍼 김영광 또한 이름난 선수였음을 감안하면, 김승규의 맹활약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김승규는 올시즌에도 19경기에서 16실점, 경기당 실점률 0.84골로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김승규는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이범영(부산)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그런 만큼 김승규의 '다시 찾은 기회'는 더욱 소중하다. 영원한 주전은 없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김승규(왼쪽)와 정성룡.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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