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조동찬 “전치8주 고통? 팀에 죄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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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5일 07시 00분


삼성 조동찬(아래)은 13일 대구 LG전 5회말 3루쪽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달리다 1루수 문선재와 부딪혀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으로 시즌을 접게 됐지만, 조동찬은 마음고생을 할 문선재와 선두다툼을 펼치고 있는 팀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천사표’다. 조동찬이 충돌 직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조동찬(아래)은 13일 대구 LG전 5회말 3루쪽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달리다 1루수 문선재와 부딪혀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으로 시즌을 접게 됐지만, 조동찬은 마음고생을 할 문선재와 선두다툼을 펼치고 있는 팀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천사표’다. 조동찬이 충돌 직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천사표 삼성 조동찬

LG전 문선재와 충돌 부상 ‘시즌 아웃’
작년 이어 8월 악몽…FA꿈도 날아가

“몸 잘 만들었는데…팀에 민폐만 끼쳐
문선재에겐 그럴수도 있다 위로해줘

좋은날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할래요”

“8월만 되면 이러네요.” 삼성 조동찬(30)은 14일 전화통화에서 힘없이 웃었다.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내가 재수 없는 것일 뿐”이라며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지난해 8월 투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던 그는 올해 8월에도 부상 악령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13일 대구 LG전 5회말 3루쪽 땅볼을 친 뒤 1루로 달리다 상대 1루수 문선재와 충돌하며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그가 1루를 밟으려는 순간, LG 3루수 정성훈의 원바운드 송구를 주저앉으면서 받던 문선재가 중심을 잃으며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조동찬은 보는 사람마저 아플 정도로 계속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지 못했다.

● 전치 8주 진단

경기 도중 들것에 실려나간 조동찬은 구단지정병원으로 이송돼 CT 촬영을 했다. 14일 오전 다시 MRI 정밀검진을 받았다. 왼쪽 무릎 인대 손상과 함께 부분 골절이었다. 6주간 반깁스를 해야 한다는 소견과 함께 전치 8주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전방이나 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지 않아 수술 없이 재활훈련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도 그가 출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활훈련 후 몸을 만들고 타격과 수비훈련 등을 통해 실전감각까지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 팀과 상대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착한 마음씨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지만, 조동찬은 오히려 “지금 한창 팀이 중요한 시기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2군에서 정말 몸을 잘 만들어왔는데, 팀에 민폐만 끼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왼쪽 어깨 통증으로 후반기 개막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빠졌던 그는 8일 1군에 복귀했다. 그러나 또 부상으로 팀을 이탈하게 됐다. 1위마저 안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또 상대 선수가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평소 선수들 사이에서도 ‘천사표’로 통하는 그는 오히려 문선재를 위로하는 넓은 마음 씀씀이를 보였다.

“어젯밤에 몇 번 전화를 했던데, 제가 전화를 받지 못하니까 문선재가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다시 전화해 계속 ‘죄송하다’고 해서, ‘야구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까 마음 쓰지 말라고 했어요.”

올 시즌 후 그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 때문. 지난해 2월 태어난 아들 부건과 올 3월 얻은 딸 서윤을 잘 키워주는 고마운 아내 김하윤(27) 씨와 늦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현재로선 등록일수가 모자를 수밖에 없어 FA 대박의 꿈도 날아가게 됐다.

● 더 좋은 날을 위한 시련이길…

무엇보다 남편의 깁스를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이 찢어질 듯하다. 그러나 조동찬은 “아내는 내 앞에서 울지 않는다. 내가 우는 걸 싫어한다. 그냥 걱정만 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8월 3일 사직 롯데전에서 고원준의 투구에 맞아 눈에 피멍이 들었을 때도, 화상통화를 통해 남편의 얼굴을 보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당장 부산 숙소에 가겠다”는 아내에게 “울지 않는다고 약속해”라는 다짐부터 받고 허락했던 조동찬이다. 조동찬은 “작년에 얼굴 맞았을 때는 참고 뛸 수 있었지만, 이건 참고 뛸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어제 누워서 흘린 건 땀이 아니라 진짜 눈물이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아팠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어젯밤에 어떻게 다쳤나 싶어 동영상 한번 봤는데, 내가 봐도 끔찍해서 다시 못 보겠더라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더 좋은 날을 위해 이런 시련을 주는 거라고요.”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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