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그게 맹수의 본성이다. 우승을 노리는 FC서울이 호랑이라면 ‘꼴찌’ 대전 시티즌은 토끼다. 서울이 대전을 사냥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서울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3라운드에서 대전을 3-2로 눌렀다. 원래 주말에 열려야 하는데 서울이 22일 오전(한국시간)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을 앞두고 있어 앞당겨 벌어진 경기였다.
서울은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고요한의 극적인 결승골로 리그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전북 현대를 제치고 일단 3위로 올라섰다. 종료직전 고요한의 슛이 그물을 가르자 최용수 감독과 선수들, 팬들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서울극장’이 또 한 번 재현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경기였다. 서울이 자랑하는 팀플레이와 투지, 승리에 대한 의지가 실종됐다. 경기 내내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공을 향해 한 발 더 뛰려는 마음도 없어보였다. 아무리 날씨가 무덥고 리그 일정이 빡빡하다고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이런 안일한 마음이 2-0으로 앞서다가 2-2 동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어쨌든 서울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우디 원정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경기가 던져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