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대척점에 서 있는 듯,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문가들조차, 두 팀이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11년만의 가을잔치 진출을 넘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노리는 LG와 개막 전 유력한 우승후보에서 이제는 ‘동네북’으로 전락한 KIA 얘기다. 비록 18일 양 팀간 맞대결에선 KIA가 모처럼 뚝심을 발휘, 역전승을 거두며 5연패를 끊었지만 두 팀이 올 시즌 보여주는 전반적인 모습은 극단적으로 비교될 정도다.
● 정반대 페이스
KIA는 5월 초까지만 해도 최근 2년간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을 견제할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다. 가파른 상승세로 선두를 달리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맘껏 과시했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고, 지난 13일 급기야 7위까지 떨어졌다. 1위에서 7위로 떨어지는데 정확히 100일 걸렸다.
반면 개막전 ‘잘 해야 4강’으로 꼽혔던 LG는 초반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이제는 삼성과 박빙의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시즌 초반 반짝하다 여름이면 매년 고꾸라졌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 4월 30일∼5월 2일 마산 NC전에서 3연패를 당하고, 그 뒤 10게임에서 2승8패를 했을 때 여기저기서 ‘올해는 일찌감치 LG 시즌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거짓말처럼 신바람 나는 부활 행진을 펼쳤다.
● ‘연패 없는 LG’ VS ‘연승 없는 KIA’
한때 10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기도 하는 등 위기에서 살아난 LG는 7월 9일 이후 단 한번의 연패도 당하지 않았다. 7월 5~8일 목동 넥센전 3연패를 마지막으로, 그 이후에는 현재까지 2연패를 당한 적이 한번도 없다. 7월 9일 이후 8월 17일까지, 26게임에서 19승7패를 마크했다. 그만큼 팀 전력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탄탄한 선발진에 9개 구단 최강으로 꼽히는 불펜진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고, 돌아가면서 터지는 타선의 힘이 뒷받침된 결과다.
반면 KIA는 6월 26일 이후 단 한번도 2연승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연패는 밥 먹듯 하면서 제대로 승수는 챙기지 못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에 공수 짜임새가 무너졌다. 선동열 감독은 급기야 17일 코칭스태프 보직이동이라는 극단적인 승부수까지 던졌다. 1군에 있던 조규제 투수코치와 김용달 타격코치, 정회열 배터리코치가 2군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평호 주루코치는 3군으로 이동했다. 2군에 있던 김정수 투수코치와 김지훈 배터리코치, 3군에 있던 이명수 타격코치를 1군으로 올렸다. 박철우 2군 타격코치는 3군 타격코치로 변경됐다.
● 결국은 벤치 분위기
성적은 ‘전력+알파’에서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장기 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야 버틸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흔히 ‘벤치 분위기’로 말하는 ‘알파’도 중요하다. LG는 ‘큰’ 이병규의 부상 복귀, 류제국의 선발진 합류 등이 고비에서 긍정적 효과를 내면서 선수들이 점차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수년간 바닥을 기었던 팀 성적과 달리, 이기는 재미를 느끼면서 선수들 스스로 ‘없던 힘’이 새롭게 나오는 선순환 긍정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승 후보로 꼽혔던 KIA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기존 선수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플레이가 더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