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엇갈린 인연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사진)은 최근 6년 동안 최악의 전력이라는 평가가 따르는 롯데를 이끌고 5위에 버티고 서 있다. 최종 목표는 롯데의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하필 그 경쟁상대는 자신이 전신 현대를 포함해 무려 5시즌 동안 감독을 맡았던 넥센이다.
8월∼9월 중순까지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일정은 2연전에 휴식일이 뒤섞여 있다. 명 투수코치 출신인 김 감독은 8월 18일 사직 NC전부터 9월 3일 넥센과 맞대결 2연전 사이의 11연전에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1∼3선발을 집중 투입하는 일정을 짰다. 등판 일정을 통보받은 에이스 유먼은 “Nice Schedule!(일정이 너무 좋다)”고 반겼다.
최대한 간격을 좁힌 뒤 9월 3∼4일 맞대결에서 넥센을 잡고 순위를 뒤집겠다는 전략. 뜻이 이뤄지다면 롯데는 지난 5년과 비교해 가장 극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이대호(오릭스), 김주찬(KIA), 홍성흔(두산)이 떠나고 장원준(경찰), 조정훈까지 전력에서 제외된 롯데는 개막 전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김 감독은 정대현의 부진 속에 새로운 마무리 김성배를 발견하고 김승회를 불펜에서 활용하며 안정감을 꾀했다. 김사율에게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 만약을 대비해 선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투구 훈련을 짰다. 미리 준비한 덕분에 8월에 롯데는 노련한 새로운 선발투수를 영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가장 우려됐던 타순에서도 새 얼굴을 꾸준히 키웠다.
18일 사직구장에서 김 감독은 “넥센은 타선이 정말 좋은 팀이다”고 경계했다. ‘김 감독이 지난해 구축한 타선이다’는 말이 나오자 김 감독은 듣지 못한 척 시선을 피했다. 대신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밝게 했다. 꽤 흥미로운 4위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