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운동회에서나, 세계 대회에서나 가장 재미있는 종목은 이어달리기다.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폐막한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금메달이 나온 종목은 남자 4×100m계주였다. 대회 하이라이트였던 이 경기에서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펼쳐질 때마다, 경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한국은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오경수(26·파주시청)-조규원(22·안양시청)-유민우(22·한국체대)-김국영(22·안양시청)이 이어달린 대표팀은 예선 1조에서 39초00(6위)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종전 한국기록(39초04)을 0.04초 앞당겼다. 이번대회 가장 많은 금메달(7개)을 수확한 러시아(39초01·1조 7위)보다도 앞선 순위였다.
대표팀은 기록 경신의 원동력에 대해 한목소리로 “팀워크”를 꼽았다. 조규원은 “계주는 육상에서 유일한 팀 경기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있어 힘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남자 단거리는 일부 선수들의 개인주의가 문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계주 대표팀을 젊은 선수 위주로 물갈이했다. 일각에서는 “2진급”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샛별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더 이를 물었다.
남자100m 한국기록(10초23) 보유자 김국영은 “계주 훈련에 치중하다보면, 개인 기록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서로 시기하거나 사이가 좋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현 대표팀은 비슷한 또래라,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팀플레이는 결국 개인의 역량도 발전시켰다. 맏형 오경수는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내가 힘들다고 덜 뛸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동료에게 먼저 바통을 넘기려고 하다보니, 개인 기록도 향상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계주 아시아 최강국은 일본이다. 예선에서 38초23을 기록하며, 전체 5위로 이번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아직 일본과는 0.8초의 격차가 있지만, 똘똘 뭉친 4총사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겨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바통 터치에서 작은 실수가 있었던 터라, 기록 단축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표팀은 “일단 동아시아대회(10월 중국 텐진)에서 38초대에 진입하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