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을 대폭 확대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11월 구단주 회의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챌린지 시스템(challenge system)’이란 새 제도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빅리그 감독은 6회까지 한 차례, 7회 이후 두 차례 등 모두 세 차례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구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과 몸에 맞는 볼, 단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판정을 대상으로 한다.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되면 감독의 ‘챌린지’ 횟수가 줄지 않지만, 7회 이후에 세 번의 기회를 몰아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홈런 여부만을 판독하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야구’다. 그동안 ‘오심도 게임의 일부’라고 여겨지던 야구의 근간을 흔드는, 파격적인 조치라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스포츠동아는 지난 6월 중순, 9개 구단 감독과 코치, 선수 및 야구관계자 등 총 50명에게 비디오 판독 확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50명 중 12명(24%%)만 찬성했고, 37명(74%%)은 반대했다. 1명은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9개 구단 사령탑 중에선 NC 김경문 감독만 유일하게 찬성했다. 김 감독은 “정확한 게임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했지만 나머지 감독은 모두 “현행 유지가 좋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비디오 판독 확대에 반대한 이들은 “게임 흐름이 깨진다”, “비디오 판독을 하면 할수록 심판에 대한 불신은 깊어져간다”, “야구가 재미없어진다. 오심도 운이고, 그게 야구다”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예년에 비해 올해 유독 오심 논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터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주말 포항 넥센-삼성전에서도 또 한번 오심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오심 피해가 일부 구단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음모론도 제기되고, 실수한 심판이 또 잘못한다는 자질론까지 등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감독의 경우, 피해 의식이 상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심판들도 할 말이 있다. 인간인 이상, 심판도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중계방송 기술이 워낙 발달하다보니, 과거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판정도 꼬투리를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국내 일부 감독들이 “그렇다면 우리도 판독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두 달 사이에 입장이 왜 바뀐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빅리그가 한다고, 우리가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비디오판독 확대 여부는 우리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사안임은 부정키 어렵다. 하지만 이에 앞서 현장과 심판 사이에 쌓인 불신의 골부터 걷어내는 게 우선이다. 기계의 힘에 의존하기보다, 심판의 자질을 높여 오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먼저다.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