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과 포항의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가 열린 25일 광양축구전용구장. 평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경기장 본부석 스탠드 하단에서 전남구단의 상징인 ‘드래곤즈(용)’ 로고가 부착된 대형 깃발이 늦여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이 경기장에서는 본부석 맞은편 상단에서나 태극기와 프로축구연맹 깃발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양 구단 깃발을 볼 수 있었다. 왜 옮겼을까.
사연은 이랬다. 전남 박세연 신임 사장의 특별 지시에서 비롯됐다. 최근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유종호 전 사장에 이어 구단 수장직을 물려받은 박 신임 사장은 라커룸에서 그라운드로 선수단이 입장할 때 정신무장을 고취시킬 만한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른 결과물이 바로 구단의 대형 깃발 게양이었다. 결전에 앞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선수 스스로 ‘전남 맨’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전남 선수들은 포항 홈경기를 계기로 결전에 나설 때마다 힘차게 나부끼는 구단 깃발을 바라보며 의지를 다지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명문 팀 리버풀도 홈구장 안 필드 라커룸에서 필드로 이어지는 통로 위에 대형 구단 로고를 붙이고, 선수들이 통과할 때마다 이를 터치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전통이 있는데, 이와 비슷하다.
전남은 ‘광양축구전용구장’이라는 다소 밋밋한 홈구장 이름부터 ‘광양 콜로세움’ 등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구단 차원에서 기안은 작성했고, 모기업(포스코) 승인이 떨어지면 추진할 계획이다. 팬 공모 등 개명 방식을 정한 뒤 내년부터 바뀐 이름의 경기장이 탄생한다. 포항은 경기장 이름을 스틸야드로 쓰고 있다. 전남 관계자는 “아마 ‘스틸야드’보다는 훨씬 좋은 이름이 나올 것이다. 경기장 주변 환경 정리도 함께 이뤄진다. 철저히 축구를 위한, 축구 팬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