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세금 탈루액만 연간 18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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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7일 07시 00분


1. 단속에 적발된 불법도박 사이트. 경찰에 따르면 불법도박 업자들은 접속 IP를 해외로 위장하거나, 단속이 시작되면 곧바로 사이트를 해외 서버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고 한다. 2. 불법 사설경마 사무실에서 고객이 경주권을 구매하는 장면. 3. 경찰이 불법도박 현장을 급습해 운영자를 체포하고 있다.
1. 단속에 적발된 불법도박 사이트. 경찰에 따르면 불법도박 업자들은 접속 IP를 해외로 위장하거나, 단속이 시작되면 곧바로 사이트를 해외 서버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고 한다. 2. 불법 사설경마 사무실에서 고객이 경주권을 구매하는 장면. 3. 경찰이 불법도박 현장을 급습해 운영자를 체포하고 있다.
■ 전담 단속기관 설치 등 근절책 시급

불법도박 연매출 100조…삼성전자 절반
지하경제 주요업종 중 단연 압도적 규모
외국 서버 이용 단속 힘들고 인력도 부족
사감위에 관리·감독 외 단속 권한 줘야


박근혜 정부의 각종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135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조세전문가들은 막대한 복지예산을 위해 3대 세원인 부가가치세(총세수의 28.8%), 법인세(24.8%), 소득세(23.4%)의 세율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조세저항이 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 증세 논란에 휩싸여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수정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지하경제 양성화’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 290조…그 중 불법도박이 100조

현대경제연구원은 3월 지난해 국내 지하경제 규모가 약 290조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예산(97조4000억)의 세 배이고 국내 증권시장의 간판 상장기업인 삼성전자의 1년 매출(2012년 201조)보다 훨씬 많다.

지하경제를 구성하는 ‘어둠의 업종’ 중 압도적인 1위는 불법도박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3월 발표한 ‘2차 불법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설경마, 인터넷도박, 사설카지노 등 각종 불법도박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최대 95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통적인 지하경제 업종으로 꼽히는 사금융 16조5000억, 성매매 6조6000억, 짝퉁명품 5조원 등과 비교하면 몇배나 큰 규모다.(표 참고)

● 연간 18조원 탈루 등 불법도박 폐해 심각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매출액 7조8000억원의 18%인 1조4650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이는 5조260억을 낸 삼성전자, 3조 1380억을 낸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마사회가 이처럼 매출 규모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마권 매출액에서 레저세 10%, 지방교육세 4%, 농특세 2%, 법인세 2%를 납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불법 사설경마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 불법도박 규모를 100조원이라고 보면 탈루액은 연간 18조원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5년간 무려 90조원이 지하경제로 사라지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위해 필요한 ‘국민행복재원’ 135조원의 70%를 충당할 수 있는 액수다.

불법도박의 폐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경마·경륜 등 합법적인 사행산업이 과도한 몰입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 반해 불법도박은 몰입을 부추긴다.

● 불법 사행행위 전담 단속기관…사감위 변화 대안

불법도박의 폐해가 심각하지만 근절은 쉽지 않다. 사설경마나 인터넷도박은 대부분 외국 서버를 이용하고 있어 해당국과의 수사공조가 없으면 단속이 힘들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에는 불법도박을 단속할 전담 인력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인 대안으로 현재 제도권 사행산업의 규제 감독에 머물고 있는 사감위를 불법 사행행위를 단속하는 기관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총리 산하의 사감위는 2006년 대한민국에 ‘도박 광풍’을 몰아치게 한 불법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파동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입법과정에서 불법 사행행위의 단속 기능은 사라지고 합법 사행사업만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5월 사감위에 불법사행산업 단속권한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음성적 영역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도박 등 불법사행행위에 대한 단속이 앞으로 사감위의 주된 역할이 돼야한다”고 개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대표적인 경마 전문 미디어 ‘레이싱 미디어’ 김문영 대표도 강연회와 언론 기고를 통해 “합법 사행사업들은 정부 소관부처에서 관리하는데 사감위까지 나서는 것은 이중 규제이다”며 “사감위를 불법사행행위 규제 기구로 바꾸면 행정력 낭비를 막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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