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정영일의 간절함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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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7일 07시 00분


정영일. 동아일보DB
정영일. 동아일보DB
■ 7년만에 돌아와 SK 지명 받은 정영일

김광현·양현종과 동기였던 고교 유망주
2006년 ML→2011년 방출후 원더스행
올핸 日 독립리그서 활동하다 프로 도전
“그동안 맘고생하신 부모님께 보답할 것”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다 좌절을 맛본 뒤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한국프로야구의 문을 노크했지만, 내심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지명 받을 자신이 없었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SK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가 가진 ‘야구에 대한 간절함’에 주목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뒤늦게 국내무대로 유턴한 정영일(25·전 LA 에인절스)이 26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2014신인드래프트 2차지명회의에서 5라운드 8순위로 SK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말대로 참 먼 길을 돌아왔다.

● 초고교급 투수에서 바닥까지 추락하다!

광주진흥고 출신의 정영일은 고3 때인 2006년 대통령배고교대회 경기고전에서 13.2이닝을 던져 23개의 삼진을 잡는 등 한때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김광현(SK), 이용찬(두산), 양현종(KIA) 등과 동기생인 그는 2006년 7월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100만달러에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고교 시절의 혹사 탓에 2008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11년 5월 방출통보를 받았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외국 구단과 계약 종료 이후 2년간 국내프로팀에선 뛸 수 없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라 갈 곳이 없었던 정영일은 그해 11월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이대호(오릭스)의 친형인 이차호 ㈜O2S&M 대표의 주선으로 일본 독립리그의 가가와 구단에 입단해 몸을 만들어왔다. 결국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선수생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번 신인지명회의에 참가해 한국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렸다.

● 부모님께 받은 사랑, 이젠 보답하고 싶다!

그토록 오래 기다렸던 드래프트가 열리고 있을 때, 정영일은 정작 고속도로에 있었다. 행사장에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광주 모교에서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던 그는 친동생인 정형식(22·삼성)을 만나기 위해 대구로 향하다 SK의 지명 소식을 접했다. “지난번 트라이아웃 때 제대로 내 볼을 던지지 못해 지명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잘 해야 10라운드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명문구단인 SK에서 나를 불러줘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류제국(LG) 선배를 롤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 겨울 이대호와 함께 경남고에서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던 정영일은 “이대호 선배가 어떻게 알았는지 직접 문자 메시지로 축하를 해주셨다”며 “나는 투수고, 동생은 타자다. 언젠가 시즌 때 그라운드에서 만나 형식이와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더 걱정해준 동생, 어려울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차호 대표 등 고마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그는 “그래도 부모님이 가장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언제나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는데,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젠 정말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SK가 정영일의 지명이유라고 밝힌,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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