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 2차드래프트서 야구인 2세·형제 선수들 대거 유니폼…10개 구단 총 105명 지명
KIA 이순철 코치 아들 이성곤 두산에 뽑혀 한화 임주택 매니저 아들 임동휘 넥센으로 SK 지명받은 정영일은 삼성 정형식의 형
저마다 자기 팀이 승자인 듯 웃었다. 26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차지명회의’가 끝난 직후 10개 구단은 입을 모아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선수를 타 구단이 지명하지 않아 소득이 있었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우열이 가려지지 않는 2차지명의 속성상, 각 구단은 희망을 말할 수 있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던 선수들도 지명을 받으면 함박웃음을 지었다.
몇 순위에 지명을 받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모두 ‘미래의 류현진(LA 다저스), 이승엽(삼성)’을 꿈꾸는 듯했다. 이 가운데는 어렸을 적부터 ‘살아있는 꿈’을 보고 자란 유망주들도 있었다. 아버지를 프로야구선수로 둔 아들들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연륜이 쌓이면서 ‘2세 또는 형제 선수들’이 프로야구계로 진입했는데, 올해 절정에 이른 듯한 형국이다.
● 프로야구판 ‘패밀리가 떴다’
포문을 연 것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2라운드·전체 22순위 지명 때 “덕수고 내야수 임동휘”를 외쳤다. 한화 임주택 운영팀 매니저의 아들인 임동휘는 덕수고의 중심타자이자, 주 포지션이 3루수여서 넥센은 물론 아버지의 팀 한화도 내심 탐내던 인재였다. 한화는 “우리도 뽑고 싶었는데, 넥센이 먼저 뽑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이 3라운드·전체 32순위 지명에서 연세대 내야수 이성곤을 택했다. KIA 이순철 수석코치의 아들이다. 두산은 LG 문선재의 동생인 원광대 내야수 문진제와 전 해태 투수 문희수(동강대 감독)의 아들인 문지훈(광주일고 투수)까지 뽑았다.
SK도 정민태 롯데 투수코치의 아들인 휘문고 외야수 정선호를 뽑았고, 넥센은 LG 선수 출신인 이병훈 KBSN 해설위원의 아들인 성남고 포수 이용하를 찍었다.
● 패스 없었던 숨 막히는 드래프트 현장
올해 2차지명회의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어느 구단도 패스 없이 10라운드까지 모두 선수를 선발한 사실이다. 그 덕에 KT의 특별지명 5명까지 포함하면 총 105명의 아마추어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드래프트 신청자는 총 720명이었다. 1라운드 지명에서 LG(성남고 외야수 배병옥)와 KIA(원광대 내야수 강한울)을 제외한 8개 구단이 투수를 낙점했다. 서울고 투수 배재환은 2차지명 전체 1순위로 NC로부터 호명 받았다. 또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가 부상 시련 끝에 방출됐던 광주진흥고 출신의 투수 정영일(25)이 SK의 5라운드·전체 53순위 선택을 받은 순간도 올해 드래프트의 백미였다. 정영일은 삼성 외야수 정형식(22)의 친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