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세든, 방어율 1위땐 역대 용병 5번째 유먼, 롯데 투수로는 8년만에 다승왕 도전 LG 리즈 팀 역사상 두번째 탈삼진왕 가능성
투수 부문 개인타이틀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투수들의 약진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구원 부문을 제외한 다승·방어율·탈삼진·승률 부문에서 모두 외국인투수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9개 팀 19명의 외국인선수는 모두 투수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투수들의 물량공세가 눈에 띄더니 결국 국내투수들을 넘어서고 있다. 1998년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투수가 한 시즌 4개의 타이틀에서 선두로 나선 적은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투수의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원투펀치 자리를 내준 국내투수들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추세다. 외국인투수가 잘 던져서 문제가 아니다. 국내투수들이 좀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시즌 막바지 투수 부문 개인타이틀을 점검해본다.
● 찰리-세든의 방어율 1위 싸움!
NC 찰리와 SK 세든은 현재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는 ‘유이’한 투수들이다. 찰리가 2.53으로 1위, 세든이 2.70으로 2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국내투수로는 삼성 윤성환이 3.16으로 가장 높은 4위에 올라있다.
찰리, 세든은 모두 150이닝을 넘게 던졌다. 찰리는 4월 5경기에서 4.66의 방어율로 부진했다. 그러나 5월부터 그는 리그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다. 5월 이후 19경기에서 찰리가 기록한 방어율은 2.04다. 찰리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19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7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도 12차례나 된다.
세든은 25일 마산 NC전에서 찰리와 맞대결해 이겼다. 세든은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 찰리는 6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세든은 시즌 내내 2점대 방어율을 고수한 유일한 투수다. 찰리와 세든의 방어율 차이는 0.17로 근소하다. 찰리가 6이닝 4자책점, 세든이 6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면 순위가 역전된다.
과거 외국인투수가 방어율 1위에 오른 것은 2002년 엘비라(삼성·2.50), 2003년 바워스(현대·3.01), 2007년 리오스(두산·2.07), 2012년 나이트(넥센·2.20)까지 모두 4차례였다. 올해 찰리 또는 세든이 방어율 1위에 오르면 역대 5번째 외국인 방어율왕이 된다.
● 다승왕 유력한 유먼, 17승도 가능
다승 부문에선 이미 13승을 수확한 롯데 유먼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공동 2위인 세든과 배영수(삼성·이상 11승)에 2승차로 앞서있다. 지난해 다승왕 장원삼(삼성)은 10승으로 공동 4위에 랭크돼 있다. 유먼은 앞으로 5∼6차례 더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승운이 따라주면 17승도 가능하다. 단독 1위가 유력하고, 추격을 허용해도 공동 1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먼은 최근 7연승의 상승세다. 유먼이 다승왕에 등극하면 롯데는 2005년 손민한(NC)에 이어 8년 만에 다승왕을 배출하게 된다.
배영수와 세든도 5차례 정도의 선발등판이 더 남아있다. 유먼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남은 등판에서 전승을 거둬야 다승왕을 기대할 수 있다. 역대 외국인투수 다승왕은 2002년 키퍼(KIA·19승), 2004년 레스(두산) 리오스(KIA·이상 17승), 2007년 리오스(두산·22승), 2009년 로페즈(KIA·14승) 등이 있다.
● 리즈, 8년만의 외국인 탈삼진왕 도전!
외국인투수 탈삼진왕은 2001년 에르난데스(SK·215개)와 2005년 리오스(두산·147개)뿐이다. 에르난데스는 215탈삼진으로 역대 4위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LG 리즈가 유력하다. 탈삼진 147개를 기록해 124개로 공동 2위인 세든과 노경은(두산)보다 23개 더 많다. 리즈는 올 시즌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속 160km가 넘는 빠른 공의 위력은 여전하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제구력도 향상됐다. 탈삼진 23개 차이는 리즈에게 3경기 이상의 여유를 의미한다. 부상만 없다면 리즈가 탈삼진왕에 오를 확률은 상당히 높다. 리즈가 탈삼진왕에 등극하면 LG는 2003년 157탈삼진으로 1위를 차지한 이승호(SK)에 이어 팀 역사상 2번째 탈삼진왕을 배출하게 된다.
세든은 다승, 방어율, 탈삼진에서 모두 2위에 올라있다. 다승과 탈삼진보다는 역시 방어율에서 역전 가능성이 좀더 커 보인다. 지난해 133개의 탈삼진으로 5위에 오른 노경은은 이제 국내투수 가운데 대표적 ‘닥터K’로 인정받게 됐다.
● 유먼-배영수의 승률 2파전
승률 1위를 차지하려면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현재 1위는 13승3패의 유먼이다. 승률은 0.813이다. 2위는 11승3패, 승률 0.786의 배영수다. 승수는 유먼이 2승 많지만, 패수는 같다. 유먼이 1패를 안아 13승4패가 되면 승률도 0.764로 떨어진다.
유먼과 배영수의 2파전이지만, 니퍼트(두산)에게도 기회는 있다. 10승4패로 승률 0.714다. 등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지만, 한국무대 3년째인 그의 저력을 고려하면 복귀 후 충분히 연승을 기대할 수 있다. 유먼과 배영수의 패전이 늘어나면 니퍼트의 역전도 가능하다.
● 손승락-봉중근의 구원왕 진검승부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손승락(넥센)이 34세이브로 1위, 봉중근(LG)이 31세이브로 2위다. 현재 손승락과 봉중근만이 30세이브를 넘어섰고, 둘의 구원왕 경쟁 구도는 시즌 끝까지도 지속될 전망이다. 손승락은 2010년 이후 2번째 세이브 1위를 노린다. 지난해 작성한 자신의 시즌 최다인 33세이브를 이미 찍었다. 올해는 40세이브도 가능한 상황이다. 봉중근은 생애 첫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김용수, 이상훈에 이어 LG 출신으로는 역대 3번째 구원왕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다.
넥센은 창단 첫 4강 진출에 전력투구하느라 숨 돌릴 여유가 없다. 11년 만에 가을야구 참가가 확정적인 LG는 19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도 노리고 있다. 손승락과 봉중근의 대결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