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72·사진) 감독은 소문난 대식가다. 이미 환갑을 넘겼던 삼성 감독 시절(2001∼2004년)에도 코치 대여섯 명보다 더 많은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선수 때는 식성이 이보다 더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밥 한 공기 더 준다”는 말에 하루 종일 배팅볼을 던지기도 하고, 후배들을 때려도 자장면을 사주면 최고의 선배라고 여겼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김 감독은 종종 손자뻘 선수들의 식사를 챙긴다. “잘 먹어야 운동도 잘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미 김 감독은 해태 사령탑 시절(1983∼2000년)부터 열명 남짓한 2군 선수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아침을 손수 해 먹였다. 달걀과 햄, 프라이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들을 주로 골랐다. 모교인 개성고(부산상고) 출신 후배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영식(롯데), 채태인(삼성) 등은 학창시절 김 감독의 자택에서 숙식을 해결한 적도 있다. 28일 문학 SK전을 앞둔 김 감독은 “이태양(한화)이 감독님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제주도에 살 때, 며칠 밥을 해 먹여서 그런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다년간의 경험이 쌓이다보니, “요리 실력도 괜찮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 거구(185cm·95kg)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섬세한 면모도 지니고 있다. 한화 포수 엄태용은 “감독님께서 요리를 잘하실 것 같다. 나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며 웃었다. ‘코끼리표’ 요리에는 ‘배곯던 시절의 한’과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정’이 동시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