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재활 지켜준 그녀와 7월 혼인신고 아내 생긴 후 희한하게 성적도 수직상승 수술 7년 지났지만 전력투구후엔 후유증 강속구 대신 80% 파워로 이기는 법 열공
8년이면, 대졸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기간이다. 1군에선 1000번이 넘는 경기가 열린다. 많은 선수들이 피고 지고…. 한 사람의 연애사에도 수차례 굴곡이 생긴다. 그러나 이 기간 윤희상(28·SK)의 사랑은 금강석처럼 굳건했다. 결국 그는 한 살 연상의 피앙세 이슬비 씨와 12월 14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8년을 꼬박 채웠지만, 신부에 대한 그의 애정에는 FA가 없다.
● 혼인신고 이후 날개를 펴다!
7월 19일. 둘은 법적인 부부가 됐다. 윤희상은 “도망갈까봐 혼인신고부터 먼저 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부인이 생겼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에게 좋은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7월 19일 이전과 이후, 그의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7월 18일까지 윤희상은 올 시즌 14경기(12선발)에 등판해 3승4패, 방어율 4.85를 기록했다. 풀타임 선발(28번)로 10승9패, 방어율 3.36을 찍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었다. 4월 3승을 거둔 이후, 5∼7월 승수 쌓기에 실패하는 등 불운도 이어졌다. 그러나 혼인신고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5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해 3승1패, 방어율 2.64를 기록했다. 27일 문학 한화전에서도 6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6승째(5패)를 따냈다.
윤희상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SK에 입단했다. 계약금 2억원으로 구리에 번듯한 집을 마련할 정도로 촉망받는 신인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2군 생활이 길어졌다. 2006년 어깨수술을 받고 4년간 기약 없는 재활을 할 때는 야구공을 내려놓을 생각도 했다. 힘든 시기, 여자친구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손을 잡아준 존재였다. 윤희상은 이제 평생의 반려자가 된 신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나는 4·5선발급”
수술 이후 7년이 흘렀지만, 윤희상의 어깨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매 등판이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의 싸움이다. 전력투구를 하면, 꼭 그 후유증이 생긴다. 그래서 부러운 2명의 투수가 있다. 송승준(롯데)과 김광현(SK)이다.
“송승준 선배는 방어율 4점대를 하더라도 160∼170이닝을 소화해요. 매 시즌 그렇게 던진다는 게 정말 대단한 거예요. (김)광현이는 나흘만 쉬면 또 100%%로 던질 수 있어서 부러워요. 그래서 ‘에이스’인가 봐요. 전 몸이 안 되니까…. 4·5선발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직 완벽한 어깨와 불같은 강속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력으로 투구하지 않고도 이기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80%%의 힘만으로도, 코너워크와 타이밍싸움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방식이다. 직구,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등 요리 재료는 충분하다. 포수 정상호는 “윤희상의 완급조절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윤희상은 “재활할 때를 생각하면 마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행복하다. 몸이 좋을 때는 힘 대 힘으로도 붙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