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4번타자 박병호(27)가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가 잠실구장 위 까만 하늘에 커다란 포물선을 그렸다. 지난해 홈런왕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때려낸 시즌 25번째 홈런. 2루주자 이택근과 타자주자 박병호가 홈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고 승부는 뒤집혔다. 박병호에게도, 넥센에게도 ‘아름다운 밤’이었다.
박병호는 28일 잠실 LG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1사 2루서 우완 불펜 이동현과 맞섰다. 그리고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시속 142km)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결승 2점홈런(비거리 115m)을 터트렸다. SK 최정(24개)을 제치고 홈런 단독 1위로 복귀하는 시즌 25호포. 이뿐만 아니다. 넥센은 이 홈런이 만들어낸 4-3 승리와 함께 이날 경기가 없었던 두산과 공동 3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2년째 전 경기에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하고 있는 박병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역할을 200% 수행했다.
잘 알려진 대로 박병호는 2011시즌 중반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공교롭게도 LG와 넥센 사이에 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해였다. 두 팀이 맞붙으면 늘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친다는 의미로 ‘엘넥라시코’라는 애칭이 생기기도 했다. 박병호 역시 다른 트레이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친정팀인 LG에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에도 LG전 타율이 두산전과 NC전 다음으로 높고, 홈런도 4개나 쳤다.
특히 투수 이동현에게는 7월 5일 목동 경기(8회 중월2점포) 이후 2번째 아치를 그렸다. 넥센의 4강 한 자리를 확실하게 지킨 것은 물론 팀과 자신의 자존심을 모두 일으켜 세운 활약이었다.
박병호의 한 방 덕분에 2013년의 ‘엘넥라시코’는 넥센의 압도적 우위로 끝날 듯하다. 넥센은 27일 경기에서도 1회 박병호의 결승 적시타로 얻은 단 한점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이날도 역시 박병호의 짜릿한 역전포로 승리를 거머쥐면서 올 시즌 LG와의 상대전적 10승5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제 양 팀은 올 시즌 단 한 경기만을 남겨 놨다.
● 넥센 박병호=기분 좋다. 앞 타석에서 4번타자다운 스윙을 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찬스에서 좋은 스윙이 중요한 타점으로 연결돼서 정말 기분 좋다. 한 점 지고 있던 상황이라 머리 속으로 어떻게든 쳐내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택근이 형이 어제(27일)에 이어 내 앞에서 출루해줘서 오늘 역시 중요한 타점을 만들어낸 것 같다. 선수들이 다들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고 각자 역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