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 용병 ‘오사다하루 전설’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야쿠르트 발렌틴 현재 51호 “日야구의 자존심 우리가 지켜야”
고의사구 등 방해 투구 심해질듯

28일 시즌 51호 홈런을 터뜨리며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4개차로 다가선 야쿠르트의 외국인 선수 블라디미르 발렌틴. 아사히신문 제공
28일 시즌 51호 홈런을 터뜨리며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4개차로 다가선 야쿠르트의 외국인 선수 블라디미르 발렌틴.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스켓토(助っ人)’라고 한다.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팀원이긴 하되 가족처럼 가깝지는 않다는 뉘앙스다.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 선수는 인기가 많다. 금전적으로도 일본 국내 선수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大)기록이 걸려 있을 땐 사정이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를 ‘스케토’로 대한다.

요즘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야쿠르트의 외국인 선수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다.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의 발렌틴은 28일 주니치와의 경기에서 시즌 51호 홈런을 터뜨렸다. 8월 한 달간 벌써 1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월간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제 관심은 일본 야구의 전설 오사다하루(王貞治·현 소프트뱅크 야구단 회장)가 갖고 있는 일본 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개·1964년)을 넘어설 수 있을까에 쏠려 있다. 31경기나 남아 있어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경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야구 특유의 폐쇄성이 남은 변수다.

일본 야구에서 한 시즌에 55홈런을 친 선수는 오사다하루와 터피 로즈(2001년·긴테쓰), 알렉스 카브레라(2002년·세이부) 등 3명이다.

로즈와 카브레라는 55홈런을 칠 당시 5경기씩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 투수들은 그들과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2001년 로즈를 상대한 다이에(소프트뱅크의 전신)의 배터리 코치는 “오사다하루는 야구의 상징이다. 로즈는 미국으로 가 버리면 그만이다. 오사다하루의 기록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일본 야구의 폐쇄성을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1985년 랜디 바스(한신)도 2경기를 남겨두고 54홈런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4차례나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당시 바스를 상대한 요미우리의 투수코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개당 1000달러씩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 말이 나중에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기록 경신의 최대 적은 경원(敬遠·고의로 승부를 피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팬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발렌틴의 홈런 행진은 워낙 기록적이라 대다수 팬은 “너무 대단하다” “기록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좋겠다” “오사다하루의 기록이 깨지면 일본 야구도 끝”이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적지 않다. 남은 시즌 발렌틴의 56홈런 돌파 여부는 일본프로야구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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