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철 “하늘에 계신 아버지 위해 일본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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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30일 07시 00분


“터프윈, 너만 믿는다.” ‘마신’ 신우철 감독이 한국 경마 최강마 ‘터프윈’을 앞세워 9월 1일 열리는 경마 한일전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 신 감독은 일제시대 경마선수로 활약한 부친의 영전에 승전보를 띄우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터프윈, 너만 믿는다.” ‘마신’ 신우철 감독이 한국 경마 최강마 ‘터프윈’을 앞세워 9월 1일 열리는 경마 한일전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 신 감독은 일제시대 경마선수로 활약한 부친의 영전에 승전보를 띄우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신우철 감독의 특별한 ‘한-일 교류전’

고 신현태씨 천왕배 우승은 경마계 전설
아버지의 유지 받들어 경마인의 삶 선택
현역 최강 ‘터프윈’과 교류전 필승 의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아버지를 위해 일본은 꼭 이길 겁니다.”

‘명장’ 신우철 감독(61)이 9월1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리는 한-일 경주마 교류전의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한일전에는 일본 경주마 3마리가 초청돼 총상금 2억5000만원(우승상금 1억3750만원)을 놓고 한국 경주마 11마리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한일전에 임하는 신우철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 1983년 데뷔해 통산 최다승(1110승), 연간 최다승(64승), 경마대회 최다우승(18회) 등 한국경마의 각종 신기록을 보유해 마신(馬神)으로 불리지만 그에게 한일전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이다. 작고한 부친과 얽혀있는 일본과의 인연 때문이다.

신 감독의 부친인 고 신현태씨도 경마인 이었다. 신 씨는 일제시대였던 1920년대, 13세에 데뷔해 만주 지역 최고의 경마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일본인 마주와 선수들의 갖은 핍박과 견제를 뚫고 일본 천왕배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일화는 한국 경마계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경마 감독인 아버지의 일터인 마구간 옆 숙소에서 태어난 신우철 감독이 경마감독이 된 것은 운명이었다. 경마선수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과 달리 건축기사로 일하던 신 감독이 뒤늦게 경마에 입문하게 된 건 1976년 부친의 갑작스런 심장마비 사망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대를 이어 경마인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선수 양성학교 교관으로 경마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1983년엔 감독으로 변신, 30년간 우승제조기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런 만큼 신 감독에게 이번 한일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나라 없는 설움을 곱씹으며 고삐를 잡아야 했던 아버지를 위해 한국경마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한일전에 나서는 경주마는 현역 최강 ‘터프윈’이다. 올해 6세인 ‘터프윈’은 총 30회 경주에서 무려 25번 우승을 차지해 한국 경주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2011년엔 국내 최고 권위의 ‘그랑프리’도 제패했다.

신우철 감독은 정년을 불과 3년 앞두고 있다. 평소엔 30마리가 넘는 경주마들의 훈련과 마방 관리를 코치들과 분담하지만 ‘터프윈’은 직접 챙기고 있다. ‘터프윈’과 호흡을 맞출 조경호 선수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필승전략을 연구한다. 한일전에 임하는 신 감독의 자세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9월 1일 홈경기뿐만 아니라 11월에 열리는 일본 원정경기까지 벼르고 있다. 신 감독은 최고 상금이 걸린 국내대회를 포기하더라도 일본 땅에서 한국 경주마가 우승하는 역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벌’에 나선 노(老) 감독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경마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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